한국일보

●도정숙의 문화살롱

2023-02-14 (화) 07:08:42
크게 작게

▶ Edward Hopper’s New York

▶ -휘트니 뮤지엄

●도정숙의 문화살롱

Morning Sun,oil on canvas,1952

●도정숙의 문화살롱

City Roofs,oil on canvas,1932



●도정숙의 문화살롱

Room in NY,oil on canvas,1932



●도정숙의 문화살롱

Table for Ladies,oil on canvas,1930



에드워드 호퍼(1882-1967)에게 뉴욕은 마음속에 존재하는 도시, 생생한 경험, 기억, 집단적 상상을 통해 형태를 갖춘 장소였다. 그는 말년에 “뉴욕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좋아하는 미국의 도시”라고 회고했다.

호퍼는 60년 동안 뉴욕에 살았다. 호퍼의 뉴욕은 20세기 대도시의 정확한 초상이 아니었다. 그의 생애 동안 뉴욕은 엄청난 발전을 했다. 고층 빌딩과 건설현장이 늘어나면서 다양한 인구가 급증했다. 하지만 호퍼는 도시의 상징적인 스카이라인과 그림 같은 랜드마크를 피하고 이름 없는 실용적인 건축물과 비포장 코너에 관심을 가졌다.

그의 도시 생활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불러일으키는 인쇄된 서신, 사진 및 저널과 뉴욕의 렌즈를 통해 작가의 작품을 탐구함으로써 이 전시는 호퍼에 대한 신선한 해석을 제공하고 도시 자체를 주연으로 만든다.
호퍼는 일러스트레이션을 공부했고 에스캔파 화가인 로버트 헨리에게서 회화를 배웠다. 3차례에 걸쳐 유럽을 여행했지만 당시 프랑스에서 유행하던 실험적인 작품에 영향을 받지 않고 생애 내내 자신의 독특한 예술세계를 추구했다.

호퍼의 작품을 3천 점 이상 소장하고 있는 휘트니 뮤지엄은 이 전시를 4년 동안 준비했다. 큐레이터 멜린다 랑, 킴 코날티, 스티븐, 앤 에이미스가 이끌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기획한 대규모전이다. 호퍼의 회화, 판화, 드로잉 등 200여 점이 전시 되고 있다. 뉴욕에 대한 초기 인상부터 도시 경험을 환기시키는 배경을 작업한 후기 작업에 이르기까지 그의 삶과 작품을 포괄적으로 살피게 된다.

전시기획은 휘트니가 소장한 호퍼의 방대하고 다양한 컬렉션 중 도시 풍경, 호퍼가 살던 워싱턴 스퀘어 주변 풍경, 그가 산책하면서 그린 수많은 스케치, 후기 작품. 이러한 방식으로 짜여졌다. 큐레이터 코나티의 목표는 관객이 전시를 통해 자신의 길을 찾고 자신과 연결된 결론을 구축하는 것이라 말한다. 어렵고도 모호한 주문이다.

호퍼의 작품에선 고독한 시민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자신이 사는 뉴욕이 대도시로 변해가는 과정을 지켜본 그는 1920년대-1960년대까지 도시생활을 주제로 그렸다. 이 시기 미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풍요로웠다. 왜 그는 이런 풍요로움과는 동떨어진 고독한 사람을 담게 되었을까. 그는 번화한 뉴욕거리의 활기찬 모습이나 빈곤한 도시의 뒷골목 등을 그리지 않았다. 줄곧 고독한 모습을 그린 이유를 아직도 이해하기 어렵다. 그의 작품은 20세기를 관통했던 현대 대중사회의 특징을 잘 담아냈다. 그는 풍요로운 대도시의 특징을 보색 대비의 뛰어난 색감으로 묘사했다. 대량 공급된 주택, 아파트, 기차, 카페, 극장, 사무실, 가구 등이 그것이다.

호퍼는 도시의 특징인 익명성을 독특한 방법으로 표현했다. 멀리서 관찰해 거리감을 느끼게 하는 화법이다. 대부분의 인물은 정면을 응시하지 않고 시선은 공간 속을 비껴간다. 이러한 시선의 거리까지 더해져 고독한 군중에 대한 묘사는 효과를 얻는다. 그는 빛을 이용해 고독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인물의 어두운 내면을 잘 나타냈다. 도시인의 고독감을 표현하기 위해 그는 인물의 동작을 모두 정지시켰다. 굳은 표정과 더불어 몸짓도 멈춘 상태다. 고독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어두운 내면과 빛이 대비된다. 따뜻한 인간관계를 바라는 도시인의 욕망은 빛으로 강조된다. 그의 그림을 보는 이들은 주인공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쉼을 얻기도 한다. 또 혼자만의 고독함이 아니라는 위로를 받기도 한다.

그의 그림에서 많은 것들이 사라진다. 무엇보다 사람이다. 그는 20세기 전반에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였던 뉴욕을 그렸지만 그의 거리는 텅 비어 있거나 소수의 인물들만 등장한다. 뉴욕은 그때나 지금이나 다양한 인종의 도시지만 그것 역시 호퍼의 상상에는 없다.

왜 세계에서 가장 큰 도시가 외로움의 원인이자 치료제인지에 대한 의문은 그의 작품을 보면서 각자 해답을 찾아야 할 것 같다.
핵심은 침묵이다. 사람을 제거하면 당연히 많은 소음도 제거된다. 그러나 호퍼의 가장 위대한 그림의 역설은 침묵을 느낀다는 것이다.
전시는 3월 5일까지.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