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특별기고] 새해를 열은 순례의 길

2023-02-09 (목) 장스텔라 (SF 성 마이클 한인성당 성가대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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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고] 새해를 열은 순례의 길

타볼산의 주님의 거룩한 변모 성당에서 미사후 기념촬영한 SF 성 마이클 한인성당 성지순례팀. 뒷줄 중앙 구영생 주임신부 가운데줄 왼쪽에서 세번째 장스텔라 성가대 지휘자

새해 성지순레를 통해 예수님의 숨결과 눈빛을 품었다.

2023년 1월 9일부터 20일까지 이스라엘 순례를 하였다. 새해를 열자마자 성지 순례의 먼 길을 떠남은 좋은 시작의 설렘으로 이어졌다.

텔아비브 도착이 14시간의 긴 비행에서 해방된 안도감으로 피곤을 잊게 했다. 순례 여정은 나사렛에서 시작되었다.” 나사렛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는 커다란 현수막이 눈에 들어온다. 고향에서 인정받지 못하신 예수님 생각이 난다는 남편의 신선한 첫마디에 지금 내가 이 역사의 현장에 있음에 머리가 쭈뼛해졌다.


나자렛 주님 탄생 예고 성당에서의 감명깊은 순례의 첫 미사와 이어지는 엘리야가 머물렀던 가르멜산 마리 스텔라 대성당 등의 순례로 신구약을 다 볼 수 있는 이스라엘 현장에 있다는 경이로움에 순례 여정이 더 기대되었다. 가나의 혼인 잔치 기념성당에서 순례 팀 중 4쌍의 부부가 미사 중 혼인 갱신식을 통해 축복의 시간을 가졌고 이어지는 순례길에 갈릴레아 호숫가에서 예수님과 고기잡이였던 제자들과 있었던 여러 일들을 상상해본다.

그런데 스피커에서 갑자기 대한민국 국가가 울려 나와 우리는 모두 가슴에 손을 얹고 국가를 힘차게 불렀다. 한국 순례객은 어디를 가든지 대우받는가 보다. 그것이 상술이든 뭐든 고마웠다. 벳사이다 카파르나움 오병이어 기적 성당의 티볼산을 거쳐 요르단강 예수님의 세례 터 그 강에서 우리는 세례 갱신식을 하였다.

이곳은 붐비는 관광객들의 색다른 언어들과 모습들로 문화의 잔칫집 같다. 이스라엘은 크리스천이 인구의 3 퍼센트밖에 안 된다고 한다. 모슬램, 유대교 등 서로 다른 종교들이 그들의 고유한 예식과 전통대로 믿음을 지켜 나가는 모습에 이곳이야말로 종교의 자유가 있는 믿음의 천국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념경당 들은 가톨릭 수도회와 성공회 등에서 함께 관리, 보수를 하며 성지를 보존하고 있다.

이번 순례 여정에는 샌프란시스코 성 마이클 한인 성당 구영생 바오로 신부님의 매일 미사 봉헌과 신부님께서 미사 때마다 불러주신 특송 들이 순례 여정의 비타민 역할을 하였고 이스라엘 현지 가이드의 해박한 지식으로 많은 공부가 되었음에 감사를 드린다.

통곡의 벽에서 목격한 어린이들의 기도하는 모습을 통해 어릴 때부터 유대인들의 철저한 믿음의 교육이 그들의 오래된 설움과 함께 선택받았다는 자부심과 배타적인 민족의 험난한 역사의 현장임을 알 수 있다. 해수면보다 400미터 이상 낮다는 소금의 바다 사해는 몸을 조금만 기울여도 몸이 물에 둥둥 뜬다.

사해에서 나오는 진흙으로 각종 화장품과 약 등이 인기리에 판매되고 있다. 세계 곳곳에 명성과 부를 누리며 살고 있는 그들의 고향 이스라엘에는 세계 곳곳에서 다른 이방들이 밀려오고 있고 예수님의 발자취를 따라 그분의 고통과 승리와 향기를 찾아오는 수많은 크리스천의 발걸음은 그들에게는 승리의 향연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쿰란 공동체의 이사야 서”가 발견된 굴과 올리브산 겟세마니 에인카렘 골 골고타 예수님의 무덤, 승천 기념 경당과 성당 등 이번 순례 여정을 통해 방문한 곳곳이 모두 감동적이었다. 새해 벽두 다녀온 이스라엘 성지순례는 무엇보다도 예수님의 숨결과 그분의 눈빛을 품으며 살게 해준 것 같아 나의 신앙생활에 또 다른 큰 힘이 될 것이다. 성경에 나오는 그 현장들의 향기와 모습들을 떠올리다 보니 눈을 감으면 나는 지금도 예루살렘 언덕길을 올라가고 있다.

<장스텔라 (SF 성 마이클 한인성당 성가대 지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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