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내가 드라마를 좋아하는 이유

2023-02-09 (목) 김소연(새크라멘토 CBM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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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와 영화를 좋아하는 엄마 덕분에 어려서부터 나도 엄마와 함께 TV 드라마 보기를 참 좋아했다. 엄마는 탤런트나 영화배우들 이름을 다 알고 계셨고 그들의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마치 잘 아시는 것 같았다. 그렇게 어려서부터 봐서 그런지 좀 크고 나서는 드라마가 처음 시작할 때면 끝을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람 사는 모습이 다 비슷하고 웬만한 드라마들은 착한 사람과 선한 사람으로 구분 짓는 권선징악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이민 오고 나서는 드라마 병이 더 심해졌다. 한국의 사는 모습이 그리워서 그런 건지, 언어가 통하지 않은 여기 TV 프로그램을 보다 한국 TV를 보면 향수를 달래기에 충분히 좋은 시간이 됐다. 드라마는 다른 사람들의 사는 모습을 엿볼 수 있고, 또 그들의 삶 속에서 시행착오들을 분석하며 깨닫는 부분들도 많다. 역사 드라마는 몰랐던 역사를 흥미롭게 풀어주고 그 시대 사람 사는 모습들이 발전하고 변화하며 지금의 시대가 된 것 같아 흥미롭고 배울 점도 많다. 그리고 드라마는 시대를 대변하는 경우가 많다. 모두가 좀 부족하던 시대는 ‘보통사람’이라던가 ‘중산층’이라는 말이 보편적으로 사용되었고, 부잣집에 그치던 묘사가 지금은 ‘재벌집’ ‘금수저’라는 시대용어들로 더 부각됐다. 경찰이 모든 것을 해결할 것 같은 ‘수사반장’이 있었다면 지금은 ‘검사’들의 시대가 되어서 모든 드라마에 검사, 변호사는 꼭 등장한다. 이렇듯 드라마는 시대에 맞게 변천돼왔다.

누구나 드라마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 가난하든, 부자든, 유명하든, 유명하지 않든, 오지에 살든, 아주 고급스러운 도시 한복판에 살든, 사람이라면 누구나 자신만의 스토리를 갖고 살아가기 때문이다. 그 스토리가 조금 슬플 수도 있고, 다른 이보다 아주 특별할 수도, 아주 평범할 수도 있다. 이 세상에 태어나면 누구나 자신만의 스토리가 있다.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이 스토리는 역사가 되어서 작게는 개인부터 크게는 나라들까지 흘러흘러 시대가 되고 세기가 변하여서 지금의 내가 살고 있는 것이다.

드라마는 내가 살아보지 않아서 상상할 수도 없는 과거나 미래의 환경들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서 오는 크고 작은 사건들 속에 사람들이 가지는 감정들과 행동을 알려주기도 한다. 드라마를 통해 폭넓은 인간의 삶을 간접경험할 수 있으며 삶의 지혜를 배울 수 있다. 주부들이 시간 보낼려고 본다고 타박을 받기도 하지만 사람의 감정을 해소시켜주는 한편의 드라마와 영화는 인생의 새로운 길을 찾게 해주는 역할도 할 수 있다. 나는 미래의 로봇 시대에 로봇과 사람을 구별짓는 부분은 스토리가 있는 드라마 같은 우리네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김소연(새크라멘토 CBM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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