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기적과 감사

2023-01-27 (금) 정숙희(메디케어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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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한해 “무엇을 할 것인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까?”로 새해를 맞는다. 하도 예상치 못했던 일들을 많이 겪다 보니, 그저 맞닥뜨리는 상황마다 “모든 이들에게 다같이 좋은 길이 무엇일까?”를 먼저 생각하게 된다.

어떤 아이가 4층 높이의 난간에 매달려 놀다가 미끌어져 아래로 추락했는데 쓰레기 더미 위로 떨어지면서 다친 곳 하나없이 무사했다면... 말기 암 진단으로 시한부 판정을 받은 이가 모든 것을 정리하고 수술대에 올랐는데 암세포가 사라졌다면... 갑작스런 사고로 남편을 잃고 홀로 비참하게 세상에 남겨진 과부가 어린 자녀들과 함께 길거리로 쫓겨날 위기에 처했을 때, 할 줄 아는 것이 바느질 기술밖에 없었기에 아기 옷을 만들어 인터넷에 띄우자마자 대박 상품이 되어 순식간에 경제적 문제를 극복했다면 “기적”을 이루었다고 말한다.

존스홉킨스대학 병원 창설 멤버인 하워드 켈리는 젊은 시절 너무 가난해서 방문판매로 생활하고 있었다. 하루는 너무 배가 고파 어느 집 문을 두드렸을 때 나온 소녀에게 물 한컵을 부탁했는데 그 소녀가 가져온 우유를 먹고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었다. 그가 돈을 지불하려 하자 그 소녀는 엄마가 누군가를 도울 때에는 돈을 요구하면 안된다고 했다면서 받지 않았다. 훗날 그가 유명한 산부인과 의사가 되었을 때 우연히 희귀병을 앓고 있는 한 여인을 만나게 되었다. 그는 온 정성을 다해 그녀를 치료하여 건강을 되찾게 해주었는데, 후일 병원비 걱정을 하는 그녀에게, 그는 “그날, 한잔의 우유로 모두 지급되었다”는 편지를 보냈다. 이는 분명 “고마움”이 만들어낸 기적인 것이다.


이렇듯, 기적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것이 씨앗이 되어, 또 많은 수고와 노력을 했을 때 엄청난 결과를 가져다 준다. 사람들은 “기적”이 어느 특별한 사람에게만, 특별한 곳에서만 생기는 것인 줄 알지만, 돌아보면, 우리가 생명을 갖고 이 지구상에 숨쉬고 있는 것 자체가 하나님께 받은 기적인 것이다. 절망적인 순간을 맞닥뜨렸을 때에, 내가 갖고 있는 것에 감사할 수 있고, 그 마음을 가지고 열심히 수고하는 가운데 기적도 일어나는 것이다. 우리들 인생에 있어 고난은 피하고만 싶은 것이지만, 누구나 피해갈 수 없는 것이기에, 내가 가진 것이 무엇일까 찿아보고, 감사함으로 용기를 갖고 이겨냈을 때 그 뒤에 오는 기적을 보게 될 것이다. 이 감사함을 기억해 놓았다가 고난을 만났을 때 꺼내어 쓰면서 또 다른 기적을 만들어 나가면 도미노 행복이 펼쳐질 것이다.

올 한해에 무엇인가 구체적인 목표가 있으면 좋겠지만, 나처럼 그렇지 못하다면, 일상에서 감사함을 찿아 감사 노트를 써보면 어떨까 싶다. 고난을 만날 때마다 그 감사노트를 읽으며 용기를 얻어 크고 작은 많은 기적들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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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숙희씨는 이화여대 의과대학 졸업 후 MD로 일하다가 2000년 캘리포니아주로 이민왔다. 현재 시니어 메디케어 스페셜리스트로 일하고 있다.

<정숙희(메디케어 스페셜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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