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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한 다보스 전망에도 미래는 낙관적

2023-01-23 (월) 파리드 자카리아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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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화제를 뿌리며 다보스가 돌아왔다. 이번 주 개막된 세계경제포럼의 연례 총회는 2023년의 가려진 속살을 엿보려는 참석자들로 만원을 이루었다. 다보스는 이들의 배움터로 모자람이 없다. 총회는 명실상부한 지구촌 행사다. 이곳에서 필자는 중국 관리들, 미국의 CEO들과 우크라이나의 인권운동가 및 중동 기업인들을 만날 수 있었다.

매년 다보스 포럼에서는 일부 국가와 특정한 주제에 관심이 집중됐다. 올해 이곳의 3대 토픽은 걸프연안국, 인도와 인공지능이다. 오일 부국인 사우디아라비아와 UAE는 야심만만한 프로젝트를 공개했고, 전 세계를 통틀어 미래의 전망이 가장 밝은 국가로 꼽히는 인도는 각 주의 대표들이 총출동해 치열한 투자유치전을 벌였다. 또한 인공지능은 실체를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도 없는 듯 보이지만, 누구나 입에 올리는 토픽이었다.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토픽은 음울하고 어둡다. 물론 최대 지정학적 토픽은 장기적으로 막대한 전비를 쏟아부어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우크라이나전이다.

경제도 녹록치 않다. 마이크로소프트와 골드만 삭스가 대규모 감원을 발표했고, 다른 글로벌 기업들의 자산가치도 감소했다. 서방국들은 인플레이션에 치였고, 많은 개발도상국들은 부채위기와 채무불이행 위기에 직면했다.


세계는 실질적인 도전을 받고 있지만, 필자는 다보스의 큰 그림은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코비드-19,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에너지와 식량위기 등 일련의 심각한 충격에도 불구하고, 케냐에서 싱가포르에 이르기까지 서방측과 그들의 파트너국가들은 새로운 전진을 위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전반적으로 미국은 놀랄 만큼 양호한 상태이다. 연방준비제도는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적절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50년 전인 린든 B. 존슨 대통령 시대 이후 최대, 최장기 투자법안에 서명했다. 미국 첨단업체들은 인공지능에서 새로운 RNA 약품에 이르기까지 모든 분야에서 신기원을 열어가고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다보스에 모인 유럽 인사들은 비관적이었다. 그러나 수 십 년 만에 처음으로 턱밑에서 벌어지고 있는 지정학적 위기와 에너지 대란이라는 거대한 도전에 맞서 하나로 뭉친 유럽 국가들은 단단한 결속력을 유지하고 있다.

포린 어페이지 기고문을 통해 마티아스 마티지스가 지적하듯, 유럽은 자랑할 만한 몇몇 성과를 거두었다. 막대한 전비와 높은 에너지 가격, 난민들의 대량 유입이라는 부담에도 불구하고 우크라이나에 대한 유럽의 단일대오는 흐트러지지 않고 있다.

한편 세계 최대 불량국가인 러시아는 거의 완전히 고립된 상태이다. 전체 천연가스 수출물량의 4분의 3을 유럽에 판매해온 러시아는 새로운 판로를 찾는데 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고, 자국의 경제와 무기 현대화를 위해 필요한 첨단기술에 접근조차 못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마저 몇 주 전부터 러시아와 거리두기를 시도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미래로부터 인플레이션과 기후변화에 이르기까지 문제는 수두룩하다. 그러나 그보다는 유럽의 단합과 민주주의 수호의지가 더 크고 중요한 일이다. 현재 민주 세계의 단합은 유럽과 미국 사이의 분열이 일상사였던 냉전 시기의 그 어느 때보다 끈끈하다.

우리는 초강대국이라는 미국의 역할이 약화되고 세계 경찰로서의 역량이나 의지를 잃어버릴 때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질지 오랫동안 궁금해 했다. 많은 사람들은 무정부주의, 또는 무력사용을 정당화하는 독재국가들이 판치는 정글의 세계로 되돌아갈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지금 우리는 세계 자유국가들의 단합과 협력에 바탕한 새로운 종류의 질서가 세워지는 광경을 목격하고 있다. 자유국가들의 연합체는 늘 혼잡하고 시끄럽다. 그들의 단합은 앞으로 더욱 탄탄해져야 하고 협력 또한 한층 더 성장해야 한다. 하지만 훗날 최근의 몇 년을 되돌아보면 미국의 지도력이 다른 민주 국가들에 의해 서서히 대체되던 시기였음을 알게 될 것이다.

예일대를 나와 하버드대에서 정치학 박사학위를 받은 파리드 자카리아 박사는 국제정치외교 전문가로 워싱턴포스트의 유명 칼럼니스트이자 CNN의 정치외교분석 진행자다. 국제정세와 외교부문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석가이자 석학으로 불린다.

<파리드 자카리아 / 워싱턴포스트 칼럼니스트 CNN ‘GPS’ 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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