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붕어빵과 스시

2023-01-20 (금)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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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하고 처음으로 한국 친정에 다녀와서 아직도 시차 적응을 하지 못하고 하루하루 시간차와 싸우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약 두달이라는 긴 시간동안 한국과 일본을 여행하면서 제일 큰 목적은 오랜만에 본가를 방문한다는 것도 있었지만, 그것만큼이나 아이들의 경험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미국에서 태어나 한번도 자기 부모의 나라를 가보지 못한 아이들은 늘 이야기나 텔레비전으로만 보던 한국을 꽤나 궁금해 했었다. 일본어 학교를 다니면서 늘 만나는 일본사람이 아니라 자기가 처음 보는 일본사람들에게도 자기의 말이 통하는지도 궁금해 했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생각했지만, 자기들 나름대로는 이 여행에 대한 계획과 목표가 뚜렷했나 보다. 각각의 아들이 하고 싶은 것들을 줄줄이 말하고 출발한 여행이었다.

그렇게 한국과 일본을 방문하고 남편은 일 스케줄로 먼저 미국으로 돌아왔고, 두 아들과 함께 돌아오는 비행기 안. 아이들에게 한국과 일본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우선 첫마디는 한국은 너무 멀다 라고 대답했다. 한국까지의 왕복 비행시간이 꽤나 힘들었는지 내년에는 가고 싶지 않다고 했다. 그 다음은 한국은 하늘도 없고 뛰어놀 수도 없다고 대답했다. 하늘이 없다는 것은 하늘을 올려다봐도 미세먼지 때문에 늘 하늘이 뿌옇게 보이고, 미세먼지가 없는 날마저도 높고 높은 고층건물들 때문에 하늘을 볼 수 없으니, 아이들이 살아온 미국과는 비교가 많이 되었던 모양이다. 게다가 단독주택에 살아서 춤추고 뛰고, 소리치는 미국집과는 다르게, 발뒤꿈치를 들면서 걸어야 하고 집안에서 뛰는 것은 상상도 못할 뿐더러 맘대로 엉덩이를 흔들어댈 수 없었으니 답답할만도 했을 것이다. 그리고 실내건 실외건 마스크를 써야만 하는 상황도 아이들은 힘이 들었나 보다.

부정적인 대답이 먼저 많이 나와 혼자 실망하고 있었는데, 그래도 걸어가서 슈퍼를 가고 가는 길에 붕어빵을 사먹을 수 있는 한국이 좋다고 했다. 엄마가 다녔던 학교 운동장에서 달리기 시합했던 것도 재밌었고 한국사람들이랑 많이 이야기할 수 있어서 좋았다고 했다. 일본은 온천이 너무 좋았고, 스시도 맛있었다 했다. 엄마 욕심으로야 너가 왜 한국말을 일본말을 계속 해야 하는지 이유를 알겠지 라고 다그치고 싶었지만, 아마도 이 첫여행의 성과는 이미 이룬 듯했다. 붕어빵과 스시! 그거면 됐지. 그래, 그렇게 조금씩 하나씩 알아가면 됐지. 조금씩 천천히 엄마아빠의 나라를 사랑해 주기를!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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