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아듀!

2023-01-19 (목) 데보라 임(산호세동산교회 사모)
작게 크게
지인들과의 헤어짐은 언제나 내 주위를 맴도는 덫과 같은 존재이다. 이 덫은 한참동안 나를 아프게 하고 나서야 풀어주기에 정말 얄궂기만 하다. 삶의 거처를 미국으로 옮기면서 부모, 형제와 처음 이별이란 걸 시작했고, 그동안 나에게는 많은 이별이 있었다. 사실, 나에게 이별의 대상은 지인이라고 하기보다 교회식구들이라고 함이 더 잘 어울릴 듯하다. 내 나이 30대에 섬기던 교회에는 한국기업의 주재원 가정들이 많았는데 거주 기간 5년 정도가 지나면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하는 특성상, 그야말로 정들자 이별이라는 말이 실감나는 무대였다. 마음으로는 절대로 말하고 싶지 않은 “안녕히 가세요” 하며, 꼭 잡은 손을 아쉬움으로 풀고 등을 돌리면, 어느새 벌컥벌컥 솟아나는 눈물로 얼굴은 뒤범벅되고, 하루도 안되어 벌써부터 보고픔을 곱씹으며 아파야 하는 가슴앓이가 정말 오래도 갔었다.

이 글을 쓰려 하니 또다시 저들을 향한 그리움이 뭉클뭉클 솟아난다. 그렇게 한 번 헤어지면 저들을 다시는 보지 못할 거라는 마음을 안고 이별의 무대에서 내려왔는데, 세월이 흐르며 기적과 같이 다시 만나게 되었던 몇 커플이 있었다. 그중에, 우리 부부가 정말 좋아했던 교인이 캐나다 동부로 이사하셨는데 몇 년이 지나 다시 서부로 오게 되었고, 우리 앞 집에 사셔서 각별한 정을 나누었던 주재원 교인도 중부로 직장을 옮겼다가 다시 이곳으로 오게 되어 또다시 한 교회를 섬기게 되었다. 그런 걸 보면 사람은 지금 헤어진다 해도 언제 어디서 또다시 만날지 모른다는 것이 정답인 것 같다.

헤어짐의 종류도 다양했다. 교회는 낯선 자들이 방문하기도 하고 도움을 요청하기도 하기에 그렇게 도움을 받고 홀연히 떠나간 자들은 솔직히 이름조차 기억하기 어렵다. 김치, 밥솥, 이불, 잠자리 등 힘껏 도와드렸는데 어느 날 아침 국제전화비용을 한껏 끌어올린 후 존재가 사라진 경우도 있었다. 사랑이 넘쳐야 할 그 자리에 열렬한 사랑이 식어간 싸늘한 이별은 정말 마음을 아프게 했다.


시간이 흐르면서 마음에 각인이 되는 생각은 이별에도 인격과 책임이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잘 맺어진 유종의 미는 다음의 만남을 희망하게 하며, 모든 자들에게 보고픔이라는 마음을 안겨주는 즐거운 선물이다. 그래서 나는 만남의 첫 시작도 중요하지만, 헤어질 때는 다음에 내가 돌아올 그 자리를 위해 나의 먼지가 남겨지지 않도록 각별히 더 신경을 쓰려고 한다.

몇 년 전, 여성의 창 커튼을 내리면서도 나는 이렇게 독자들과 재회할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지 못했다. 그러기에 나는 오늘 제2막의 커튼을 내리며 내 안에 콩당이는 재회의 설레임을 안고 성큼성큼 여성의 창을 떠나간다.

모든 구독자들을 축복하며, 당신의 건강과 평안을 소망하며 “아듀!”

<데보라 임(산호세동산교회 사모)>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