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시누이와 올케

2023-01-09 (월) 양주옥(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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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 이번 주 글은 왜 안 보내줘?” “아가씨, 시험 잘 봤어? 내가 열심히 응원하고 있어.”

“여보게, 잘 있나? 미국에서 사느라 고생이 많지?” “여보게, 보고 싶네. 언제나 볼 수 있으려나. 아무쪼록 건강하게 잘 지내게. 주책이지, 자꾸 눈물이 나네.”

세상에서 가장 불편하고 어려운 관계 중 하나가 시누이 올케 사이일 것이다. 서로가 다른 환경에서 살다가 남편으로 말미암아 맺어진 가족 관계이니 당연한 일인지 모른다.


내게는 한 명의 올케 언니와 두 분의 시누이 형님이 계신다. 오빠는 공부하느라 나보다 결혼이 늦었다. 먼저 결혼을 했으면 더 이해할 수도 있었을 텐데 당시엔 어려서 올케 언니를 잘 챙겨주거나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그래도 주말마다 친정에 모여 함께 식탁을 나누며 지낸 시간들은 소중한 추억이 되었고, 지금은 서로를 생각하면 불편하기보다 그리움이 더해가는 관계가 되었다. 올케 언니 입장에서 보면 주말마다 시댁에 가는 일이 그리 즐겁지만은 않았을 텐데, 언니가 수고하고 애쓴 덕분이라 고마운 마음이 크다.

반면, 남편이 막내였던 시댁은 터울이 많이 나는 누님들과 형님이 계셔서 내게는 많이 부담스럽고 어려운 곳이었다. 시댁에 갈 때마다 긴장이 되고 낯설어 할 때, 신혼 살림이 어려울까 몰래 챙겨주시는 아주버님과 생일마다 예쁜 옷을 사 주시며 올케를 챙겨주신 형님들의 사랑이 있었기에 또 다른 가족의 울타리에 무사히 입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수 십년을 그렇게 살다 보니 이젠 시누이 올케 사이라는 말은 관계의 정의일 뿐 그저 한 가족이고 식구다. 지나온 세월을 보면 다 잘하기만 했겠는가. 연배가 높으신 시댁의 형님들에게는 허물이 많이 보이셨을텐데도 우리 올케 잘한다, 애쓴다 칭찬의 말씀만 하시고 사랑만 주셨다. 지금도 본인들보다 사랑하는 동생과 올케를 먼저 챙기시는 형님들은 내게 시누이가 아니라 또 다른 어머니이시다. 또 올케 언니 입장에서는 내게 섭섭한 것도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늘 먼저 다가와 주었고 솔직하게 마음을 나누어 주어서 지금은 함께 나이 들어가며 좋은 친구요 동반자다.

생각해보면 내 삶에서 이렇게 좋은 시누이 형님들과 올케 언니를 만날 수 있었음이 행운이다. 구비구비 흘러온 시간 속에서 함께 웃고, 함께 울어주는 소중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축복이었다. 이런 식구들을 자주 보며 지내면 좋을 텐데 멀리서 안부만 전하는 것이 늘 아쉬운 마음이다. 그리움에 눈물을 훔치시는 형님께 당장이라도 달려가 안기고 싶고, 전화기 너머로 만나는 언니를 향해 당장이라도 날아가고 싶다. “사랑해요, 형님. 사랑해, 언니.”

<양주옥(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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