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매일매일이 새로운 날이고,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지만, 새해를 맞이하면서 지난 한해의 반성과 함께 올해 계묘년, ‘토끼의 해’인 2023년 맞이해 올 한해를 어떻게 살아나가야 할지 고민해 본다. 우선 지난 한해를 반성해보자면, 남편과 사소한 일로 싸우고 일방적으로 상처를 준 적이 너무 많았다는 생각이 제일 먼저 뇌리를 스쳐지나간다. 육아 스트레스라는 명목 하에 남편을 너무 소홀히 하지 않았나, 나의 가장 든든한 버팀목, 나의 가장 베스트프렌드인 남편에게 부끄럽지 않은 아내였는지 제일 먼저 반성하게 된다. 남편은 언제나 나를 사랑으로 감싸주고, 엉덩이를 팡팡 두들겨주며 격려해 주었는데 과연 나는 남편에게 어떤 아내였을까.

다음으로는 우리 아이들. 공립 유치원을 처음 가는 첫째와 사립 유치원을 처음 가는 첫째에게 나는 얼마나 든든한 엄마였을까. 낯선 환경 속에서 엄마만큼은 자기편, 엄마만큼은 기대어 쉴 수 있다고 생각하는 따뜻한 엄마였을까. 칭찬과 격려보다는 채찍질하고, 너무 내몰기만 한 것은 아닐까. 내 사랑을 올바른 방법으로 잘 전달했을까. 그 어느 것에도 당당하게 “예스!”라고 대답할 수 없는 것을 보면 꽤나 많은 반성이 필요할 것 같다.

시댁 어른들께는 어떤 며느리였을까. 조금 더 사소하게 챙겨드렸어야 했는데 내가 놓친 부분은 없을까. 며느리로서 너무 예의 없지는 않았을까. 어머니 아버님께 나는 과연 어떤 며느리였을까. 그래도 시집을 막 왔을 몇 년 전보다는 조금은 한발 더 가족으로서 다가갈 수 있었을까. 친정 부모님께는 어땠을까. 멀리 나와 있다는 그 이유를 핑계삼아 연락도 자주 못하고, 챙겨드리지도 못하고, 딸이 있는 건지 없는 건지 너무 외롭게 해드리진 않았을까. 친정엄마의 걱정 섞인 잔소리도 그저 잔소리라 생각하며 전화로도 툭툭 싸웠던 시간들이 미워진다.

나 살기 바빠서 소홀히 했던 사람은 없을까. 누군가가 내밀었던 손을 보지 못하고, 혹은 못본 척 지나치지는 않았을까. 어깨를 으쓱이는 일보다는 고개가 숙여지는 일이 더 생각나는 걸 보면 나는 작년도 그런 부족한 사람이었나 보다. 그래도 또 다짐을 한다. 작년보다는 한발만 더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한발. 작년처럼만 온 가족 무탈하고 건강하고, 행복한 나날들이 더 많이 기억되는 한해이기를. 그렇게 나이를 먹어가고 또 새해를 맞이한다. 안세라, 올해도 화이팅!

<안세라 (주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