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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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아침의 시 - 나의 노년에게

2023-01-03 (화)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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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이여 슬퍼말자
한갓 풀잎에 맺힌 아침이슬같이
믿음의 신앙이 참이 아니더라도
겸허히 받아들이자
얼마 남지 않은 생애에
무엇이 남아
남은 시간을 무엇으로
견디게 할 것인가
시간 밖으로 곱게 지는
일 밖에 더 있는가
이제는 별로 찾는 이,
달가와 하는 이 없는
고적한 침묵의 뒤안길에서
타향살이 한탄말자
잊혀가는 먼 먼 그리움의
미련을 붙들고
지난날 스콜라 변증 철학에
매달린 열정
우화의 꿈을 꾸던
젊은 날을 회상하다
어느 날 전류가 끓긴
가로등 신호처럼
낡은 뇌의 기억장치
접속 교신이 단절되면
천상의 빛 희미하게
어른거리는 빈 공간에
짙은 안개 자욱히
덮쳐오는 두려움
기억상실 어찌할 텐가,
이 생명을
어느 길로 와서 어떤 길로
되돌아가야 하는 지는
생의 비밀, 신의 영역이라 하네
노년이여 이찌 할꺼냐

<박사농/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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