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크리스마스는 조용히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갑자기 안 그래도 좁은 거실이며 침실 구석 여기저기 쌓여있는 책이며 종이 파일들이 눈에 밟힌다. 산호세에 있는 오피스에 다녀오고 나서는 평일에는 외면하던 이 물건들이 얼마 남지 않은 22년의 골칫거리 쓰레기가 쌓여있음에 분명한 뭉치들이다.
곤도마리에 정리의 마법을 적용해본다. 내 맘을 설레게 하는지 아닌지를 곰곰이 떠올려본다. 막상 작게만 느껴지는 728 스퀘어피트의 공간을 크리스마스 전날부터 모든 서랍장들의 옷, 책, 냉장고, 찬장의 물품을 모두 꺼내기 시작했다. 이사 가기 전 날처럼 모든 것들이 다 바닥에 나온다.
이 곤도마리에 정리법은 그러고 보니, 자기 자신에 대한 대우부터 시작하는 심리의 마법이다. 물건을 볼 때 우리는 나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지 아닌지가 물건과 나와의 인연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이 작가는 고객들을 볼 때 가장 많은 얘기를 드러내주는 정리 장소로, 옷장 속에서의 속옷 칸이라고 말한다. 속옷이야말로 누구에게 보여주는 곳이 아니기에 오롯이 자기 자신을 위한 옷들로만 채워진다. 그러기에 자기 자신을 대우하는, 즉 자존감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낡고 우중충한 속옷으로 채워진 속옷 장은 자신을 대우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속옷들부터 양말, 겉옷, 버리기 아까워서 입어서 예쁘지 않고, 불편해서 모아만 두던 옷가지들을 버린다. 책장으로 가본다. 12년 전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책, 책장에 꽂아두면 멋있을 것 같아 그냥 끼고 몇 년을 옮겨다니던 책들, 아들에게 억지로 읽히기 사두었던 책들을 내보냈다.
상자가 서류상자로 5개가 나왔다. 역시 버리기는 정리의 첫 단계이다. 공간이 이젠 내가 살고 싶은 공간처럼 넓어진 듯하다. 왠지 모르지만 때가 많이 빠진 느낌이다. 곤도마리에는 마법인가. 큰 돈 들여 산 가구가 아니라도 잘 버리기만 해도 내 좁디좁던 아파트가 사랑스러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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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원 / 한국혁신센터 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