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CMA가 전시중인 김환기 작품‘항아리와 여인들’(1951)
100주년을 넘어 새로운 세기를 시작할 할리웃보울.
지난 7월‘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 전시 첫 날 박대성 화백이 시연을 하고 있다. <박상혁 기자>
한 해를 보내며 팬데믹 사태를 이겨내고 다시 활짝 꽃피운 2022년 문화 예술계를 돌아본다. LA 카운티 뮤지엄(LACMA)에서 열린‘한국 근대미술전’이 2022년 미술계의 하이라이트였다. 1년 늦게 열린‘할리웃보울 100주년 음악대축제’는 LA 최고 야외음악당의 묘미를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미국 사회의 다양성 변화가 불지핀 ‘이민 문학 르네상스’가 그 어느 때보다 문인들에게 창작 열기를 불태우게 했다.
■ LACMA 한국 미술 조명
올 한해 미 서부 최대 미술관인 LA카운티뮤지엄(LACMA·관장 마이클 고반)이 ‘한국 근현대 미술’을 집중 조명했다. 지난 7월 한국 현대 수묵화의 대가 박대성 화백 순회전 ‘박대성: 고결한 먹과 현대적 붓’으로 개막해 지난 9월 한국 근대미술전 ‘사이의 공간: 한국 미술의 근대’로 이어졌다.
박대성 화백은 일제 강점기가 종식을 향해 가던 1945년에 태어나 현재 한국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하는 수묵화 작가로 꼽힌다. 박대성 화백전은 미주 순회전을 기획한 가나아트가 LACMA 레스닉 파빌리언으로 한정된 전시 공간으로 인해 ‘금강산’ ‘경주 남산’ ‘불국사 설경’ 등 8점만 전시하게 되면서 한인타운에 위치한 EK 아트 갤러리(관장 유니스 김)에서도 ‘신라몽유도’, ‘광한루’, ‘청우’, ‘구룡폭포’, ‘유류’ 등 대작 5점 외 소품 30여점을 선보였다.
박대성 화백전은 이후 하버드대 한국학연구소, 다트머스대 후드미술관을 거쳐 2023년 가을 스토니브룩 뉴욕주립대, 메리 워싱턴대로 순회전이 이어진다. 박대성 화백의 독창적 예술을 미국 아이비리그 미술관에서 두루 선보인다는 점이 눈길을 끌고 있다.
한국 근현대 미술을 집중 조명하는 LACMA전시는 ‘더 현대 프로젝트: 한국 미술사 연구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열리는 두 번째 전시로 한국의 국립현대미술관이 공동 주최하고 있다. 1897년부터 1965년까지 근현대 미술을 연대순으로 보여주는 대규모 기획전인데 대한제국 시대(1897-1910)와 식민지 시대(1910-45)에 일본을 통해 유럽의 영향을 받은 미술과 전쟁의 혼란한 시기와 전후 미국의 영향을 받으면서 실험해 가는 과정을 살펴보고 현대 초기의 미술을 엿볼 수 있다. 이 전시로 2023년 2월19일까지 이어진다.
특히, LACMA를 서두로 내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구겐하임미술관, 필라델피아 미술관 등 미국 주요 도시들에서 한국 근현대 미술 기획전 준비가 한창이다. 2023년 9월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이 ‘1960~1970년대 한국의 실험미술’ 특별전을 선보이고 이어 필라델피아 미술관이 ‘1989년 이후 한국 현대미술’ 전시를 연다. 또, 뉴욕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은 대한제국과 전환기 예술을 주제로 전시를 기획 중이다.
LA카운티뮤지엄은 2022 아트+필름 수상자로 한국의 박찬욱 감독과 헬렌 파시지안 작가를 선정해 연례기금모금 행사를 열면서 피날레를 장식했다. 박찬욱 감독은 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칸 영화제 감독상을 수상, 내년 골든글로브와 오스카 수상이 기대되고 있으며 펠렌 파시지안 작가는 LA카운티뮤지엄이 지난 2014년 처음으로 선보였던 대형 조각 설치전 ‘빛과 공간’의 작가이다.
■ 팬데믹 이겨낸 한인 갤러리들
한인 갤러리들의 전시 활동이 활발해진 한 해였다. 한인 사회에서 가장 오래된 리앤리 갤러리(관장 아녜스 이), 웨스턴 갤러리(관장 이정희)를 비롯해 샤토 갤러리(관장 수 박), EK 아트 갤러리(관장 유니스 김), 갤러리 두아르떼(관장 수잔 황), 베네딕트 파인 아트 포토그래피(관장 베네딕트 양), 갤러리 파도(관장 줄리엔 정), 퍼스트 갤러리(관장 캐서린 김)이 팬데믹을 이겨내고 관객들을 초대해 전시회를 열었다. 한국의 유명 작가들을 미국 화단에 소개하는 헬렌 J 갤러리(관장 헬렌 박)에 이어 올해 새롭게 문을 연 갤러리들도 있다. 베버리힐스에 ‘스캇앤제이 갤러리’(관장 제이 소)와 페이스 A 갤러리(관장 지현), E2 아트 갤러리(관장 최희선) 등이 개관했다. 또, 미주 한인 작가들에게 전시 기회를 제공해온 LA한국문화원(원장 정상원) 2층 아트 갤러리 역시 의미 있고 수준 높은 전시를 선보인 해였다.
■ 할리웃보울 100주년 음악 축제
팬데믹으로 1년 연기된 LA필하모닉(음악예술감독 구스타보 두다멜)의 여름 시즌 ‘할리웃보울 100주년 음악축제’가 한인 피아니스트 조성진을 초청해 클래식팬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특히 할리웃보울 100주년 시즌 대미를 장식한 이츠하크 펄먼이 이끄는 차이코프스키에서 이츠하크 펄먼과 함께 무대에 선 한국계 신성 바이얼리니스트 랜드 구스비도 미래가 촉망되는 유망주이다.
팬데믹 사태로 중단됐던 공연 예술이 다시 활짝 기지개를 켜면서 LA필은 2022-2023 시즌 첫 콜번 셀러브리티 리사이틀의 주인공으로 조성진을 초청해 오는 1월8일 디즈니홀 리사이틀을 열고 한인 피아니스트 김선욱이 2년 만에 다시 디즈니홀 무대에 서고 바이얼리니스트 랜드 구스비가 오는 3월30일 디즈니홀 데뷔 무대를 갖는다.
■ 창작 열기 높았던 이민 문학
소설 ‘파친코’의 이민진 작가와 ‘마이너 필링스’의 캐시 박 홍 작가가 다시 불지핀 이민 문학의 열기가 뜨거웠다. 주류 문학계에서 탄탄한 입지를 굳힌 이들은 ‘한인 디아스포라’를 글로벌 열풍의 키워드로 만들어냈다. 최돈미 시인이 미국 최고 권위의 문학상인 전미도서상을 받았고 가주 계관시인으로 헤릭 이 시인이 선정되었다.
미국 사회의 다양성이 만들어낸 이민 문학 르네상스는 한인 작가들에게 자극이 되었고 팬데믹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통해 글쓰기에 몰입한 작가들의 출간 소식이 지난해에 이어 봇물처럼 쏟아졌다. 한국의 출판사 선우미디어가 출간하는 ‘선우명수필선’ 작가로 지난해 김영중 수필선 ‘고향 하늘’에 이어 이정아 수필선 ‘아버지의 귤나무’ 유숙자 수필선 ‘아들의 고향’이 선정되어 올해 책으로 나왔다.
미주한인문인협회(회장 김준철)가 계간지 ‘미주문학 100호’를 발간했고 도종환 시인과 배창호 영화감독, ‘쿨투라’ 발행인 손정순 시인, 서울대 국문과 교수 방민호 평론가를 초청해 문학축제를 개최했다. 또, 재미시인협회(회장 고광이)가 제1회 정지용 해외문학상을 제정하고 ‘버려짐에 대하여’를 대표작으로 하는 박인애 시인을 첫 수상자로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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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