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년 모임에 갔다가 싱글 라이프 이야기가 나왔다. 웬걸 중년 남성들이 그 때가 좋았다며 입을 모았다. 이유를 듣고보니 싱글 라이프보다는 나 혼자 살며 꿈을 향해 달리던 시절이 그리운 게다. MBC 다큐멘터리 예능 ‘나 혼자 산다’가 크리스마스 선물로 카타르 월드컵 멀티골의 근원 조규성 선수(475회)편을 방영했다.
“잘 생겼다는 말은 들을 때마다 좋다”는 MZ세대 축구 스타 조규성은 잠자는 시간만큼은 평범한 25살 청년이었다. 큰 누나가 선물했다는 오리(사실은 거위) 인형을 다리에 칭칭감고 자다가 까치집을 지은 머리를 하고 일어났다. 케일·사과·당근·비트를 코코넛 워터에 갈아 만든 건강 주스를 믹서기채 마시며 아침을 시작했다.
영국 집에서 아침마다 체중계에 올라 하루 식단을 계획하던 26살 청년 황희찬(459·460회 방영)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선수의 철저한 식단 관리와는 사뭇 달랐다. 체중에 변화를 느낀다 싶으면 사과 두 알로 아침을 때우고 소스는 커녕 소금 간도 하지 않은 장어 구이를 우적우적 먹어 치우던 황희찬 아니었던가. 조규성은 친구를 만나 맛집에 다니길 즐긴다며 “인생에 있어서 가장 좋아하는 게 음식이다. 먹는 것에 행복을 많이 느껴서 다 잘 먹는다. 먹는 거랑 옷이 취미의 전부인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 살이 아예 안 찌는 체질인 탓에 “황희찬 형이 엄청 부러워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월드컵 이후 피트니스 센터 인근에 집을 구해 이사한 지 일주일 정도 됐다는 그는 식단관리부터 맞춤형 근육 키우기 트레이닝까지 카타르 월드컵 가나전에서 ‘멀티골’이 그저 운이 좋아 터진 것이 아님을 뚜렷이 보여주었다. 왜소한 체격에서 수비수와 싸우며 많이 밀리는 경험을 했던 조규성은 입대 전 한달 간 열심히 운동을 했다. “5kg가 쪘는데 근육량도 5kg가 늘었다”는 그의 말에 “그게 가능해” 소리가 절로 나왔다. 물론 샤워하고 나오며 보여준 수류탄 같은 초콜릿 복근을 보기 전까지다.
한국 축구 선수들 중에 ‘패션 러버’하면 단연코 토트넘 손흥민이다. ‘나 혼자 산다’에 출연한 건 아니지만 ‘손세이셔널’이란 다큐멘터리에서 그의 런던 집이 공개됐을 때 제일 기대했던 공간이 옷방이었다. 지난해 파주 훈련장에 도착한 손흥민의 모습을 대한축구협회가 유튜브 채널에 영상으로 올렸다가 화제가 되었던 왼쪽 손목을 빛낸 그 시계. 네티즌 수사대가 기필코 찾아낸 15만7,000달러 짜리 ‘파텍필립 노틸러스 청판 문페이스 5726’를 보고 은근히 명품 손목시계가 보관된 진열장을 보고 싶었다. 새로 이사간 집에 주문한 옷장이 도착하질 않았다며 아쉬움을 남겼지만 말이다.
2회에 걸쳐 방영된 황희찬 편과 달리 조규성 편은 살짝 짧은 감이 있어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7개 포스트가 게시된 인스타그램에 들어갔다. 보그지가 공개한 그의 수류탄 복근으로 인해 그 사이 팔로워가 70만이 늘어 300만 명을 향해 질주하고 있다.
스타들의 일상 생활을 가볍게 보여주는 ‘나 혼자 산다’이지만 황희찬, 조규성 편은 새해 결심이 필요한 연말 자극을 준다. 늘 작심삼일로 무너지는 새해 결심을 두고 사람들은 말한다. 이루기 쉽다면 이전에 성공했을 것이다. ‘나혼자 산다’에 공개된 황희찬, 조규성 선수들의 일상을 보면 무엇이 필요한지 알게 된다.
월드컵의 흥분을 뒤로 하고 근육 보강 훈련에 들어간 조규성은 “부족한 근육을 확인한 결과 엉덩이와 다리 안쪽 근육 균형이 조금 다르더라. 맞춰주려 운동을 다니고 있다”며 트레이너를 놀래킬 만큼 고강도 훈련을 소화했다. 조규성의 운동 루틴은 힘들어야 운동이 된다고 생각해서 빨리 하고 빨리 쉬자는 주의다. 고강도 운동이다 보니 매일은 못 하고 하루 쉬고 하루 운동하는 식이다.
살 안찌는 체질 탓에 벌크업을 했다는 조규성과 달리 황희찬은 시즌기 체지방률 8%를 유지한다고 했다. 보통 남성의 체지방이 약 20% 아닌가. 30%에 달하는 체지방률에도 그다지 불편함 없이 살아가는 중년 여성들에게 8%는 죽었다 깨어나도 달성하기 힘든 체지방률이다. 꿈의 체지방률을 유지하는 비결은 단 한 가지 정신력이다. 황희찬은 축구에 대해 “너무 좋고 제일 잘하고 세상에 가족 다음으로 이제 축구가 제일 좋다. 가족만큼 축구가 좋다”고 한다. 그리고 혼자 사는 삶에 대해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 몸이 힘들때도 있고 외롭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도 있고 사람으로서 성장하는데 꼭 필요한 시간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새해가 다가온다. 마음을 굳게 먹어도 사흘이면 흐지부지되는 작심삼일의 새해 결심이라도 목표를 세워보자. 그리고 마음이 해이해진다 싶으면 ‘나 혼자 산다’를 보면서 이루기 어려운 성공을 잡으려 힘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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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은선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