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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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생각 - 가치있는 삶

2022-12-28 (수)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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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살아갈 만큼 인생을 의미 있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내 호흡이 공기가 될 때 (When Breath Becomes Air)’ 의 작가 폴 칼라니티는 삶과 죽음 사이의 공간에서 일생을 보낸다면 연민을 베풀 줄 아는 사람이 되고 스스로의 존재도 고양시킬 수 있으리라 생각했었다.

하찮은 물질주의, 쩨쩨한 자만에서 멀리 달아나 문제의 핵심, 죽음. 설사 내가 죽어가고 있더라도 실제로 죽기 전까지는 나는 여전히 살아 있다며 36세 의학도로써 폐암 말기의 상황에서도 가치있는 삶에 대해 고찰했다. 태어나면서 세상의 혜택을 받아 살아가는 생명체의 근원을 자신의 병마와 싸우며 바라본다는 것, 마음이 숙연해진다.

연말연시 흥청임 속에서 일상의 작은 실천으로 가치 있는 삶 실천하는 이의 얘기가 생각난다.
국제PEN한국본부 세계한글대회가 3년 만에 열렸다. 올해는 일이 있어 못갈 것 같아 포기했었다.


한편 내가 있다고 안될 일 되게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들자 한국 가져갈 것 준비도 못한 채 참석을 결정했다. 한국행 짐 마무리 후 많이 웃었다. 헐렁한 가방을 보고 내린 결정. 냉장고 안 브로콜리 김치, 얼려둔 문어. 다진 고추. 깻잎대부침 등 구겨 넣은 짐가방이 무겁다.

뭘 이렇게 무겁게 가져가느냐는 핀잔에 웃음이 답이다.
출국수속. “ 저~끝에 가 서세요.” 퍼스트와 비즈니스 클라스의 한가한 창구를 지나 4줄로 겹친 북적되는 끝줄에 서서도 웃음은 내 안에 생생하게 살아있다. 겉 옷 벗고 신발도 벗는다. 몸에 지닌 모든 것 털어내 검색대 박스에 담는다. 그것도 모자라 유리관에 들어가 발 벌리고 팔 올리고 유리통 검사기 앞에 선다. 이 모든 것 사람을 믿지못함 때문이다.

검열대 빠져나온 안전확인 된 사람들. 세금 없는 상점 안 기웃거린다. 누군가에게 줄 선물 사며 흐뭇해 하는 모습들. 비행기 안 4명의 아이들랑 함께 탄 주이시 가족이 내 앞뒤로 속속자리에 앉는다. 중간에 낀 내가 자리 바꿔줄까 물었다. 젊은 가장이 고마워하며 앞줄에 앉은 아내와 바꿔줄 수 있겠느냔다. 기꺼이 바꿔 앉는다. 등 받이 쿠션 2개. 보료 3개가 기다린 곳에 16시간 지낼 둥지 틀고 영화 볼거리 찾는다.

비즈니스석 탄 지인이 싱싱한 포도봉지를 들고 와 전한다. 찾아와 준 마음 고맙다. 비빔밥에 얹혀진 불고기. 어떻게 하나! 오른쪽 좌석 한국 젊은이에게 고기 줘도 괜찮은지 살짝 묻는다. 밝게 웃으며 반긴 젊은이. 참하다. 음식 버리지 않아 좋다. 왼쪽 좌석 외국인 여자분 부스럭거리며 봉지에서 꺼내준 생강 젤리. 심심찮게 입의 무료함 달랠 수 있다. 먹거리 챙길 여유 없었던 이번 출국길에 참 좋은 이웃이 함께했다.

“언니 이게 다 뭐야” 가방에서 꺼낸 반찬을 보며 뜻밖이라 우스워 죽겠단다.” 무겁게 가지고 다니지 말랬잖아” 하며 핀잔하던 동생이 여기서는 못보던거라며, ‘언니 잘됐다’며 지난 주말에 집들이 하는 친구네 갔다 왔는데 그 친구 좋아 할 것 같다며 작은 반찬통에 덜어놓는다.

근데 있잖아 그 친구가 완전 지구사랑 자연사랑하는 이야. 집들이 오는데 부탁이 있다 해서 집에 필요한 물건이겠거니 했는데 글쎄 각자 젓가락, 숫가락, 컵, 본인이 쓸 손수건을 지참하라는거야. 알았다 하고 답은 했지만 ‘아이구 별난애야’하며 불평하는 이도 있었지만. 완전 대박이었어.

파티 후 쓰레기가 거의 안나온거야라며 자신도 가족이나 친지모임 때 그렇게 하겠다며 신나했다. 편리함 위해 일회용 함부로 쓰고 버림으로 지구가 앓고 있음을 지적하던 친구가 아름다워 보였다고 실토한다. 삶의 가치란 자신의 불편함 달갑게 받아들이는 배려에서 시작하는 것이 아닐까?

<김자원/뉴욕불교방송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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