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곤도마리에 정리법

2022-12-28 (수) 김선원(한국혁신센터 팀장)
작게 크게
올해 크리스마스는 조용히 집에서 보내기로 했다. 갑자기 안그래도 좁은 거실이며 침실 구석 여기저기 쌓여 있는 책이며 종이 파일들이 눈에 밟힌다. 산호세에 있는 오피스에 다녀오고 나서는 평일에는 외면하던 이 물건들이 얼마 남지 않은 22년의 골칫거리 쓰레기가 쌓여 있음에 분명한 뭉치들이다.

곤도마리에 정리의 마법을 적용해본다. 내 맘을 설레게 하는 지 아닌 지를 곰곰이 떠올려 본다. 막상 작게만 느껴지는 728 스퀘어피트의 공간을 크리스마스 전날부터 모든 서랍장들의 옷, 책, 냉장고, 찬장의 물품을 모두 꺼내기 시작했다. 이사 가기 전 날처럼 모든 것들이 다 바닥에 나온다.

이 곤도마리에 정리법은 그러고 보니, 자기 자신에 대한 대우부터 시작하는 심리의 마법이다. 물건을 볼 때 우리는 나 자신에게 행복을 주는 지 아닌 지가 물건과 나와의 인연을 결정한다고 한다. 그런 연유로 이 작가는 고객들을 볼 때 가장 많은 얘기를 드러내 주는 정리 장소로, 옷장 속에서의 속옷 칸이라고 말한다. 속옷이야말로 누구에게 보여주는 곳이 아니기에 오롯이 자기 자신을 위한 옷들로만 채워진다. 그러기에 자기자신을 대우하는, 즉 자존감을 찾기 위해서는 자신을 잘 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낡고 우중충한 속옷으로 채워진 속옷 장은 자신을 대우하지 않는 사람인 것이다.


속옷들부터, 양말, 겉옷, 버리기 아까워서 입어서 예쁘지 않고, 불편해서 모아만 두던 옷가지들을 버린다. 책장으로 가본다. 12년 전 나에게 감동을 주었던 책, 책장에 꽂아 두면 멋있을 것 같아 그냥 끼고 몇 년을 옮겨다니던 책들, 아들에게 억지로 읽히기 사두었던 책들을 내보냈다.

상자가 서류상자로 5개가 나왔다. 역시 버리기는 정리의 첫 단계이다. 공간이 이젠 내가 살고 싶은 공간처럼 넓어진 듯하다. 왠지 모르지만 때가 많이 빠진 느낌이다. 곤도마리에는 마법인가. 큰 돈 들여 산 가구가 아니라도 잘 버리기만 해도 내 좁디좁던 아파트가 사랑스러워졌다.

<김선원(한국혁신센터 팀장)>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