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가 다니는 메이플우드 한인성당에는 65세 이상 노인 신자들의 모임이 있다. 아삶모(아름다운 삶을 위한 모임)란 멋진 이름의 그 모임에서 지난주에 송년파티가 열렸다. 체육관 겸 친교실로 사용하는 넓은 강당에 7,8명씩 앉을 수 있는 원탁 열개가 두 줄로 놓이고 그 위에 갈비탕과 떡과 과일 등 푸짐한 잔치음식들이 올려졌다.
그런데 열개의 테이블 중 단 한 개의 테이블에만 남자들이 앉아있었고 나머지 아홉 개의 테이블은 모두 여자들 차지였다. 여자가 남자보다 7, 8년은 더 오래 산다고 들었지만 이 작은 모임에서 이처럼 남녀간 성비차이가 크게 날 줄은 몰랐다.
남자 노인들의 화제는 자연히 지난 세기 중반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난 한국이 어떻게 오늘날과 같이 잘 살게 되었는가 하는 데에 모아졌다. 부존자원과 제조업 기반이 없던 세계 최빈국 한국이 불과 반세기 남짓한 짧은 기간에 어엿한 선진국이 되었다는 사실이 스스로 생각해도 대견했던 것이다.
수출만이 살 길이라고 생각했던 그 시절 여자들은 머리카락을 잘라서 팔았다. 젊은이들은 독일에 광부와 간호사로 나가 석탄을 캐고 시신을 닦으며 외화를 벌어들였다. 월남파병과 민간인 수송용역으로 월남에서 달러를 번 이야기, 열사의 땅 사우디에서 구슬땀을 흘리며 달러를 번 중동파견 근로자들 이야기,
심지어는 일본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기생관광을 한다며 손가락질 받아가면서까지 악착같이 달러를 벌어들인 젊은 처자들의 이야기까지 그 시대를 직접 살아온 시니어들의 증언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그렇게 벌어들인 돈으로 고속도로를 놓고 공장을 짓고 항만과 공항을 건설했다.
새마을 운동으로 근면·자조·자립정신을 주입시켜 우리도 잘 살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주고 국민교육헌장을 반포하여 ‘민족 중흥’이 우리의 역사적인 사명임을 깨우쳐 주었다. 한민족이 지향하는 원대한 비전을 제시한 것이다.
한편으로는 범국민적인 산림녹화 운동을 벌여 나무를 많이 심고 아끼며 가꾸었다. 이승만 대통령이 자유민주주의의 길을 닦고 한미동맹이라는 든든한 울타리를 쳤으며 박정희 대통령은 그 안에서 선진조국 건설의 힘찬 첫 삽을 뜬 것이다.
그 후 반세기, 벌거숭이 민둥산들은 울창한 산림으로 변모했으며 고속도로와 고속철이 동서남북을 종횡으로 달리고 있다. 또한 대한민국은 반도체를 비롯해 가전제품은 물론 자동차와 선박, 원전 플랜트, 첨단무기에 이르기까지 못 만드는 물건이 없는 세계적인 경제대국, 수출강국이 됐다.
경제력 뿐 아니라 한국의 문화는 한류(Korean Wave)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우리 노인들은 젊었을 때 세계에서 가장 가난했던 조국 대한민국이 살아생전에 후진국에서 선진국으로 탈바꿈 한 신기한 역사적인 대사변을 오롯이 목격한 증인들인 것이다.
젊은 세대들, 특히 진보좌파라는 사람들은 그들의 선배세대인 우리를 ‘틀딱-틀니딱딱’ 이니 ‘수구 꼴통’이니 하며 폄훼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진보 좌파들은 결코 진보적이지도 정의롭지도 못했다.
우리가 피땀 흘려 열심히 새 나라를 건설할 때 그들은 반대와 투쟁만 일삼았다. 경부고속도로를 놓을 때에는 건설현장에 드러누워 농민들의 땅을 빼앗는다며 고속도로 건설을 반대했고 반도체와 중화학공업 육성정책에 대해서는 그와 같은 선진국형 산업은 우리에게 맞지 않는다며 기를 쓰고 반대했다.
만약 반도체와 중화학공업이 성공한다면 손가락에 장을 지지겠다고 했으나 모든것이 다 이루어진 오늘날 손에 장을 지진 좌파는 없는 것 같다. 그들 중 상당수가 한번도 피땀 흘려 돈을 벌어본 적이 없는 정치건달들이다.
좌파의 선전선동에 넘어간 국민들은 자신들이 뽑은 대통령을 끌어내리고 그 뒤 북한과 중국의 독재자에게 굽신거리는 엉뚱한 사람을 대통령으로 잘 못 뽑아 지난 5년간 나라의 기본이 많이 망가졌다.
그러나 다행히도 자유민주주의를 옹호하고 뚜렷한 국가관을 가진 지도자가 새로 선출되어 나라의 앞날에도 서광이 비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우리가 민족중흥의 원대한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하늘이시여 우리조국 대한민국을 보우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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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수호/자유기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