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2월 8일 카타르 월드컵에서 12년만에 16강에 오른 축구 국가대표팀을 위한 환영만찬을 청와대 영빈관에서 가졌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사진을 처음 접했을 때 적잖이 놀란 이유는 대통령 내외가 앉은 메인 테이블에 머리를 노랗게 염색한 조현우 골키퍼가 보였기 때문이다. “이게 뭐지?” 하면서 주변을 살피니 그제서야 손흥민이 보이고 벤투 감독도 눈에 들어왔다.
모두 잘 알다시피 조현우는 주전인 김승규 골키퍼에게 밀려 이번 대회에서 단 1분도 뛰지 못하고 백업으로 벤치에만 앉아 있었다. 그를 사랑하는 팬들이 안타까워 하며 벤투를 비판할 때 항상 거론되는 선수 중 한 명이다.
그럼에도 그는 대표팀에 녹아들어 선수들과 함께 호흡하고 응원하였다. 그 옆에 자리 잡은 백승호는 브라질과의 16강전에 교체로 출전해 대한민국에 마지막 골을 선사했다. 가나 멀티골의 주인공 조규성이나 포르투갈전에서 역전골을 넣어 대망의 16강을 확정시킨 황희찬과 비교하여 우선이라고 하기는 어렵지만, 아마도 골 넣은 선수 셋 중 가장 어린 나이를 감안한 게 아닐까 생각된다.
마지막 한 자리는 오현규가 차지했는데, 사실 그를 아는 사람은 드물 것이다. 왜냐 하면 그는 카타르 월드컵 최종명단 26명에 속해 있지 않았고, 단지 부상이 심한 손흥민을 대체하기 위해 예비명단에 올려져 있었기 때문에 벤치에 조차 앉을 수 없었다.
그러나 그는 그라운드 밖에서 할 수 있는 일, 선수로서가 아니라 지원 스태프로 자원하여 궂은 일을 도맡아 동분서주 했다. 손흥민이 귀국 인터뷰에서 특별히 그를 언급하며 감사의 말을 전하면서 알려졌다.
대통령 내외, 감독과 코치진, 주장, 골 넣은 선수, 후보선수, 예비선수가 한 테이블에 앉은 좌석배치는 선수를 가장 존중하고 빛나게 하면서도 스타 플레이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우리는 한 팀’이고 모두가 국민들의 영웅이고 자랑이라는 감동을 주었고, 잔잔하면서도 훈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이번 행사의 기본 컨셉트를 추론해 볼 수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힌트는 현지에서 선수들과 함께 뒤에서 고생한 팀닥터, 조리사들은 초청하였지만, 후방에서 행정지원을 한 축구 관계자들은 부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다른 견해도 있지만, 대통령실과 축구협회가 선수 중심, 현장 중시의 만찬을 통해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는데 의견을 모아 축구협회장 등 주요인사들이 배려하여 양보한 것이 아닌가 라고 이해된다.
신문에서의 사진은 구구절절한 기사내용 보다 임팩트가 있고, 직접적인 메세지를 담아 전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환영만찬 사진 한 장도 여러 이야기를 담고 있어서 아주 강렬했고 참신했다.
기획의 방향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일회성의 이벤트 행사 분위기가 이렇게 바뀌는데, 하물며 생각의 방점, 나아가 삶의 무게중심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사람도 인생도 분명히 달라지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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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 김/전 재미부동산협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