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야 인생이 별것 없더라/ 이리 생각하면 이렇고 저리 생각하면 저렇고/ 내 생각이 맞는지 네 생각이 맞는지 정답은 없더라/ 그러려니 하고 살자. 내가 잘나 무엇하고 네가 잘나 뭣하나/ 어차피 한 세상 살다 한 줌의 흙으로 돌아갈 건데/ 이 세상 누구도 영원한 삶은 없다네.

화낸들 무엇하고 싸운들 무엇 하나 져 주는 것이 이기는 것이고/ 뼈 박히고 가시가 있는 말들도/ 우린 씹어 삼길 나이와 가슴이 있잖아/ 때로는 져주고 때로는 넘어가고 주고 때로는 모른 척 해주지/ 그게 우리가 아닌가 / 어차피 우리 친군데 그게 무슨 소용 있겠나.

이왕 살다가 가는 세상 그 무엇이라고 안 되는 것 없고/ 못할 것도 없다, 여보게 친구/ 어느덧 우리 인생도 이제 가을이 되었네 그려/꽃피는 봄, 꽃다운 청춘. 그 좋았던 젊은 날들이/ 이제 석양에 기울지만 고운 단풍이 꽃보다 낫네.

돌아보면 험난했던 세월 자네는 어떻게 걸어왔든가/모진 세파에 밀려 육신은 여기 저기 고장 나고/ 주변의 꽃들도 하나 둘씩 단풍이 들어/낙엽처럼 떨어져갈 가을 인생의 문턱이지만/ 그래도 우리 힘든 세월 잘 견뎌내고/ 무거운 발길 여기까지 잘 살아왔으니/ 이제는 얽매인 삶 다 풀어놓고 잃어버렸던 내 인생/ 다시 찾아 숙제 같은 인생 숙제처럼 살아가세.

남은 세월 이제 후회 없이 살아가세/ 인생의 나이 6, 70이 넘으면 남과의 이성의 벽은 무너지고/ 가는 시간 가는 순서 다 없어지네/ 부담 없는 좋은 친구들 만나 말동무 하며/ 산에도 가고 바다도 가고 마음껏 즐기다/ 언젠가 나를 부르면 자연으로 흔쾌히 돌아가세.

<임형빈/한인원로자문위원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