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절실함의 차이

2022-12-16 (금)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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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한일월드컵은 나에게 잊지 못할 큰 추억이다. 안타깝게도 그 해가 고등학교 3학년에 수능시험을 준비하던 때여서 마음놓고 즐길 수가 없었다. 그런 와중에도 야간 자율학습시간임에 선생님들이 텔레비전으로 한국전을 보여주실 때도 있었고, 한국이 8강에 올라갔을 때부터는 그 시간때엔 아예 수업을 하지 않았다. 월드컵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같이 웃고 울고 온 국민이 하나가 될 수 있었다.

그리고 20년이 지나 한국에서 맞이한 카타르 월드컵. 한국은 또다시 16강 진출을 목표로 한 경기 한 경기 치뤄내고 있었다. 드디어 한국이 속한 H조의 마지막 포르투갈전. 이 경기의 승패의 결과로 16강이 결정되는 중요한 경기였다. 한국 선수들의 투혼은 대단했다. 어느 나라 선수들보다 치열하게 뛰고 있다는 것이 TV를 넘어서까지 느껴졌다. 그리고 붉은 악마라고 불리는 한국팀 응원단의 응원 목소리도 온몸에 전율이 흐를 정도로 웅장하고 대단했다.

그런데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의 모습에는 조금 차이가 있는 듯했다. 상대팀인 포르투갈은 이미 16강 진출을 확정지은 탓도 있겠지만 한국 선수들은 전반전이 끝나고 후반전을 위해 벤치 대기선수들까지도 하나가 되어 모두 몸을 푸는 와중에도 포르투갈 선수들은 후반 시작 몇 분 전에 겨우 경기장에 모습을 드러내기도 했다. 부상에도 불구하고 사력을 다해 달리는 한국 선수들에 비해 포르투갈은 그렇지 않게도 느껴졌다. 결국 한국은 후반연장의 접전 끝에 승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가나와 우루과이 전이었다. 그들의 경기결과에 한국의 16강 진출이 달려 있었다. 한국 선수들은 포르투갈전을 승리하고도 그 기쁨을 채 만끽하지도 못한 채 하나가 되어 그들의 결과를 기다렸고, 우루과이의 승리로 승점과 골득실은 같지만 다득점에서 앞서 한국이 16강에 진출하게 되었다. 한국 선수들이 그들의 경기를 끝내고 운동장에서 서로 어깨동무를 하며 가나와 우루과이 경기 결과를 기다리는 모습은 보는 사람도 눈물짓게 했다.

나는 이 모든 것들이 ‘절실함의 차이’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우리가 2002년 월드컵에서도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서 응원을 하고 이뤄낸 4강 진출도, 그리고 2022년 월드컵 16강 진출도 우리들만의 ‘절실함’으로 이뤄낼 수 있지 않았을까. 오랜만에 한국에 와서 한국사람들과 함께한 절실함의 순간. 그 절실함이 실력의 차이를 이겨낸 그 순간. 나는 내 삶에서 이렇게 간절히 최선을 다한 것이 있었나 하며 축구 경기 하나로 많은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안세라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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