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칼럼] 조국에 대한 자부심

2022-12-08 (목)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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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 와서 살다보면 조국과 민족에 대해 향수를 가지게 된다. 오랜만에 나는 월드컵에 나간 태극 용사들을 보며 마음껏 TV 앞에서 혼자 응원하고 대한민국을 불렀다. 언제 내가 미국에서 축구를 챙겨봤다고 이 난리인가? 언제 조국에 대해 그렇게 애틋한 마음을 가졌다고 이 나이에 주책이란 말인가? 그래도 좋다. 남이 뭐라 하고 아내가 핀잔 줘도 좋다. 그냥 대한민국이 이겼으면 좋겠고 우리 조국이 잘 되면 좋겠다. 경기에서 애국가가 웅장하게 울려날 때 괜히 숙연해지고 코끝이 찡해졌다. 카타르에 까지 가서 얼굴에 태극기를 그리고 대한민국을 외치며 응원하는 젊은 청년들을 보며 참 우리나라가 많이 성장 발전했구나 가슴이 뭉클해졌다. 40년 전 미국에 처음 와서 미국 학생들과 복싱 세계 챔피언 시합을 TV로 보았었다. WBA 세계 라이트급 챔피언인 인기 스타 레이 붐붐 맨시니와 이에 도전한 동양 챔피언 김득구와의 라스베이거스 혈전이었다. 나는 일방적으로 맨시니를 응원하는 미국 학생들 속에서 혼자 숨죽이며 김득구,김득구를 외쳤었다. 지구 저 끝에서 혈혈단신 날아온 김득구는 예상외로 너무도 잘 싸웠다. 맨시니를 오히려 압도하며 강펀치를 날렸었다. 그러다 14회 맨시니의 펀치를 맞고 혼수상태에 빠졌다가 결국 생을 마감하고 말았다. 너무도 충격적이어서 그 후부터 그 좋아하던 복싱 시합을 잘 보지 않게 되었다. 외국에 오면 다 애국자가 된다고 했던가? 몇 해 전에 몽골 한인 모임에서 남북한 외교관을 함께 초청해서 잔치를 하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참으로 신선했던 기억이 난다. 남북 분단이 70년이 넘어도 통일의 염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세력은 해외동포이다. 세계가 모두 자국민 우선주의로 나아가고 있는데 우리만 언제까지 분단되어 힘을 소진할 것인가?

나는 우리 대한민국이 너무도 자랑스럽다. 요즘 유튜브에서 < 올리버 쌤>이라는 방송 채널이 인기를 얻고 있다. 구독자 수가 200만이 넘는다고 하는데 텍사스 출신 미국인 남편과 경상도 순 한국인 아내가 만나 가정을 이루고 체리라는 3살짜리 딸과 몇 마리의 개와 고양이를 키우며 살아가는 모습을 소개한다. 할아버지가 한국전에 참전했고 한국을 너무나도 좋아하던 이 미국 청년은 한국인 아내와 텍사스 시골에 사는데 영어를 쓰지 않고 우리말을 가정에서 사용한다. 시청자들에게 영어 표현도 알려주고 미국 소시민의 삶도 알려주고 소소한 일상을 소개하는데 부담 없이 보기에 좋아 나도 애청한다. 요즈음 외국의 젊은 사람들은 K- Pop의 영향인지 한국을 좋아한다. 한국의 문화, 한국의 전통, 음식, 예절 모두를 좋아한다. 심지어 이제는” 한국이 대세다.”라는 말까지 한다. 독일에서 온 몇 명의 젊은 여성들은 한국의 음식과 문화가 너무 좋아 한국에서 영구히 살 것을 고려중이란다. 40년을 미국에서 산 내가 보아도 지금의 조국은 옛날의 조국이 아니다. 거리가 너무도 깨끗하고 화장실도 청결하고 어디에 가나 산이 있고 물이 있고 숲에는 나무가 빽빽이 들어차 있어 아름답다. 고궁은 신비롭기까지 하다. 어디가도 관공서나 은행이나 병원이나 일처리가 빠르고 정확하다. 나는 올 초에 우리나라 중형 병원에서 종합 검진을 받았는데 모두 합쳐 3시간 걸렸다. 미국 같으면 6개월 이상 걸릴 것을 반나절도 못되어 끝내버린 것이다. 병명도 정확했고 치료 방법도 명쾌했다. 이런 편리한 곳이 세계 어디에 있겠는가? 외국에서 본 조국은 선진화되었고 세련되었고 아름답다. 물론 그곳에 산다면 다른 이야기가 되겠지만 미국보다 많은 점이 좋아 보인다. 외국인들이 한국을 찬양하는 것이 이해된다.

이곳에 사는 우리 2세, 3세들이 우리 조국에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 그리고 자기 자신의 정체성에 너무 고민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미국은 다민족 국가이고 이민의 국가이다. 당신들은 Korean의 혈통을 가진 미국인들이다. 즉 Korean American이다. 한인이 소수이다 보니 미국인 주류에게 소외되기도 하지만 우리는 자랑스러운 한국인의 혈통을 가진 자들이다. 우리의 정체성을 가지고 조국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며 당당하게 미래를 향해 나아가기 바란다. 그리고 시간이 허락된다면 조국의 역사나 문화 언어에 대해 관심을 가져주기 바란다. 내가 우리 민족을 사랑해야 남도 우리를 존중해 준다.

<강순구 목사 (성령의 비전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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