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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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의창] 흰둥이가족

2022-12-01 (목) 데보라 임(재정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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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집에는 나보다 자식이 더 많은 엄마녀석이 함께 살았는데 메롱! 하는 모습이 닮아 “둘리”라고 불렀다. 둘리네 가족은 딸 셋에 아들 하나, 모두 미남 미녀인 흰둥이가족이다. 내 어린 기억 속에 강아지는 늘 나와 함께였지만 집을 지켜야 하는 사명 속에 나쁜 아저씨가 던지는 약으로 고통스럽게 이별을 하여 제 명을 다한 녀석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나 흰둥이가족은 처음으로 우리 식구와 함께 15년 이상을 살아온 너무나 예뻤던 한식구이다.

러시아에서 살았던 둘리 엄마 ‘라라’는 사연 속에 혼자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이민 와 마지막으로 둘리를 낳았고, 생후 2개월부터 둘리는 우리집 식구가 되었는데, 세월이 흘러 둘리와 딸 둘은 이미 우리와 작별을 하였고 지금은 아들내미가 17살이 되어 힘들게 생을 버티고 있다. 아마도 병상에 계신 엄마와 늙은 17세 청년은 내심 서로 불사조의 시소 게임을 하고 있는 듯하다.

한달 사이로 두 녀석을 떠나보낼 때는 정 떼기가 너무 힘들어 몇 날 며칠을 울고 생각만 하면 눈시울이 붉어졌는데, 여럿이다 보니 듬뿍 사랑을 주지 못한 미안함으로 우리는 마지막 남은 아들 민이를 최고로 사랑해주며 돌보아주고 있다. 성격도 서로 다르고 좋아하는 식구도 달라서 다양한 즐거움을 주며 딸내미가 떠난 휑한 자리를 채워주었던 흰둥이가족은 정말로 우리에게는 든든함과 즐거움이었다. 남편의 발걸음 소리에 집이 울리도록 짖어대며 쏜살같이 달려와 걸음을 못 걸을 정도로 양쪽 바지 끝자락에 어린 세 마리가 매달려 지나친 반가움을 표시하니 “나를 반기는 놈들은 너희밖에 없구나” 하며 남편은 그렇게도 좋아했었다.


요즘은 반려견이 정말 많다. 어둑어둑 해가 내리면 유리창 너머에 반려견과 함께 산책을 하는 이웃들로 거리가 바쁘다. 사실, 둘리 신랑도 매일 우리집 앞을 산책하던 이웃의 강아지였는데 창가를 바라보며 매일 애타게 기다리는 둘리와 둘리만 보면 너무 좋아 어쩔 줄 모르는 족보 있고 아주 잘 생긴 신랑감을 우리 식구는 만장일치로 결혼을 시켜 주었다.

반려견을 키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본다. 그녀석들을 키우려면 귀찮아야 할 일도 꽤 많고, 집을 오랫동안 비우기도 어렵고, 아프기라도 하면 재정적으로도 만만치가 않다. 그럼에도 주인을 알아보고 끝까지 충성 복종하며, 예쁜 짓으로 잠시라도 웃게 해주며, 무엇이든 맛있게 먹어주며, 함께 공유하는 따뜻한 체온이 저들을 보살피며 안아주게 하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길어야 20년을 넘기기 어려운 인연을 맺어가는 반려견을 넘어서서 100년 우리네의 삶은 과연 누구와 인연을 맺어 즐겁게 해주며 충성된 삶을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다가오는 추운 겨울에 외로운 자들에게 다가가며, 막 꺼낸 군고구마와 같은 따뜻함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우리는 흰둥이가족보다 더더욱 훌륭하게 큰 위로와 사랑을 저들에게 줄 수 있을 거라 믿는다!

<데보라 임(재정설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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