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삶의 열매

2022-11-20 (일) 양주옥(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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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십 여년 전 이사를 오면서 뒷마당에 과실수를 심었다. 작은 묘목이었는데 해가 갈수록 무럭무럭 자라더니 이젠 큰 나무로 자라 제법 열매를 맺는 든든한 나무가 되었다. 그 중 사과나무는 멋진 모양은 아니지만 사과가 꽤 열리고 맛 또한 일품이라 가장 사랑받는 나무가 되었다. 가을의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하루하루 영글어 열매를 맺는 나무.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했지만 그 시간들이 헛되지 않게 맛있는 과실을 선물하여 기쁨을 주는 나무를 보며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사람도 태어나서 부모의 돌봄과 격려, 또 사랑과 오랜 시간의 기다림 속에서 성장한다. 어린 아기들은 무럭무럭 잘 자라기를 바라고,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건강하게 친구들과 마음껏 뛰어 놀며 열심히 공부하고 학교생활 잘 하기를 바란다. 상급학교에 진학을 해도 자신의 내면을 키우고 성장하면서 더 멋진 성인이 되어 세상이 필요로 하는 사람이 되기를 기다린다. 그들에게 짧은 시간에 많은 열매를 기대하지 않는다. 하지만 오랜 기다림 끝에, 때가 되면 가정을 잘 이루어가고, 사회에 유익이 되는 건강한 사람이 되며 각자의 삶 속에서 여러 모양의 열매를 맺어가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가 은퇴를 해도 요즘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이다. 주변의 이웃을 돕고 나를 살피고 더 성숙한 어른이 되어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여러 모양의 열매를 맺으며 살아가기를 기대한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어떤 열매를 맺고 있을까. 사과나무처럼 해마다 풍성한 열매를 맺지는 못하더라도 살아가는 동안 내면의 성숙한 열매와 더불어 보여지는 열매가 있어야 하지 않을까. 돌아보니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열매가 부족한 것 같아 부끄러운 마음이 든다.

감사의 계절. 곧 추수감사절이다. 멀리 있던 가족이 오랜 만에 함께 모여 풍성한 식탁을 나누며 지나온 시간들을 돌아보고 감사하는 소중한 시간이다. 한 해 동안 감사한 날이 어디 하루뿐이겠는가. 매순간 숨을 쉬는 것 감사, 건강 주심에 감사, 아름다운 자연 주심 감사, 사랑하는 가족과 이웃 주심 감사, 힘들고 어려웠던 순간에도 잘 견디게 하심 감사, 모든 것이 감사하다. 이번 감사절에는 함께한 이웃과 가족에게 감사의 마음을 표현하고 나누어 감사와 기쁨이 두 배가 되면 좋겠다. 여기에 우리 삶의 또 하나의 열매를 더해가는 계절이 된다면 어느 때보다 풍성한 감사절이 될 것 같다.

<양주옥(피아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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