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인들은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 하면 보통 에이브러햄 링컨을 꼽는다. 그는 정치경력 초기 상원의원 후보 지명을 수락하면서 '분열의 집(House Divided)'이라고 불리는 유명한 연설을 했다. 당시 연방상원 선거에 재도전중이던 링컨은 “절반은 노예이고 절반은 자유인으로 분열된 집(국가)은 지속될 수 없다”고 역설했다.
링컨이 살던 시절 미국민들은 노예제를 두고 찬반으로 첨예하게 대립하던 중이었다. 그때 링컨은 통합을 자신의 아이덴티티로 내걸고 경쟁자인 스티븐 더글러스와 노예제 찬반 논쟁을 벌였다. “house divided against itself cannot stand”라는 그의 명언은 사실 성경에서 예수가 스스로 분열된 집안은 설 수 없다고 말한 사실을 인용한 것이었다.
그는 “분열되는 집은 바로 설 수 없으리라는 성경 말씀이 있습니다. 미국 정부가 절반은 노예제를 찬성하고 절반은 반대를 하는 상태로는 영원히 버텨낼 수는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라고 외쳤다.
조 바이든 후보는 지난 대선 캠페인때 남북전쟁의 격전지던 펜실베이니아주 게티스버그에서 한 링컨 대통령의 ‘분열된 집(House Divided)’ 명연설을 상기시키면서 자신이 통합의 상징임을 내비쳤었다. 링컨 전 대통령이 1863년 연설을 통해 국가 통합을 설파했던 그 역사적인 장소에서 자신이 통합의 적임자라고 외치면서 말이다.
그러나 나는 바이든이야말로 미국인들의 분열을 수수방관한 대통령이라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미흡한 바이든을 욕하기만 하면 뭐든지 될 거라 믿는 공화당도 분열된 집을 짓고 있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어 보인다.
공화당원들끼리 트럼프를 두고 찬반이 극명해서 공화당이야말로 무너져 내리는 집이 된 듯 보인다. 레드웨이브, 즉 공화당을 상징하는 빨간색으로 중간선거 지도를 물들어 버릴 거라고들 자만했던 것은 아닐까.
공화당이 제대로 약진하지 못한 원인은 바로 공화당내 가족간의 불화, 분열이다.
리틀 트럼프라고도 불리는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를 지지하는 비트럼프 지지자들과 극렬 트럼프 찬동자들끼리 뭉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공화당 내 잠재적 대권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가 재선에서 압승을 거두면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트럼프를 눌렀다. 대플로리다를 미국 최고의 인기 이주지로 만들면서 심지어 라틴계 주민들을 공화당 지지자들로 만드는데 성공하기도 했다.
중간선거 직후 여론조사를 보면, 공화당 지지자와 공화당 성향의 무당파층의 42%가 디샌티스 주지사를 차기 공화당 대선후보로 지지했다는 놀라운 결과가 나왔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을 지지한다는 응답은 35%에 그쳤다.
한달전 조사에서는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율이 45%, 디샌티스 주지사는 35%였는데, 한 달 만에 역전된 것이다. 공화당 성향 유권자들이 디샌티스 주지사를 지지하는 비율이 두 배 이상 높았다는 것은 트럼프카드만으로는 내후년 대선에서 승리를 확신할 수 없다는 방증이 아닐까.
미국에는 백신에 대한 자유 선택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유권자들이 상당히 많은데, 의외로 트럼프는 백신 찬성론자이기 때문에 그 이슈만으로 이미 트럼프는 많은 호응을 잃었다는 점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얼마전 트럼프는 펜실베니아주 상원의원 지원 유세에서 차기 공화당 대선주자 지지율을 보여주는 여론조사 결과를 내보이며 자신은 71%, 디샌티스 주지사는 10%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하면서 디샌티스를 깎아내렸다.
공화당 지도자들은 분열된 집은 살아남을 수 없다는 연설로 노예제도로 대립한 미국인의 단결을 호소했던 링컨을 떠올리면서 정신을 차려야 한다. 바이든과 민주당의 실정을 아무리 탓하면 뭐하나. 본인부터 잘해야 정권창출을 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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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주영 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