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적으로 보면 미국의 대통령들은 임기 2년차 연도 말에 실시되는 ‘중간’ 선거에서 대부분 죽을 쒔다. 집권당에 대한 견제심리, 행정부에 대한 실망감 등이 여당에 대한 유권자들의 심판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자고로 여당이 중간선거에서 선전한 것은 미국 역사상 손꼽힐 정도로 많지 않았다. 이는 평균치를 봐도 금방 드러난다. UC 샌타바바라의 ‘대통령 프로젝트’ 자료에 따르면 지난 1934년에서 2018년까지 실시된 총 22차례의 중간선거들을 종합해볼 때 현직 대통령의 당은 평균적으로 연방 하원에서 28석을, 연방 상원에서는 4석을 잃은 것으로 나와 있다. 중간선거에서 여당이 하원 의석을 늘린 것은 단 3번에 불과했고, 상하 양원을 동시에 늘린 것은 단 두 차례였다고 한다.
올해를 제외하고 최근 7번의 중간선거를 보면 현직 대통령의 ‘역 프리미엄’ 현상이 더욱 두드러졌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중간선거가 열린 해에 대통령 지지율이 50% 미만으로 낮았을 때는 여당의 선거 참패가 여지없이 나타났다.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임기 중 중간선거가 열렸던 지난 94년 그의 지지율은 46%에 머물렀는데 그해 중간선거에서 민주당은 하원에서 무려 54석, 상원에서도 10석을 잃으며 대패했다. 두 번째 임기 중간선거였던 98년에는 66%의 높은 지지율을 구가했지만 하원에서 4석을 더 얻는데 그치며 여소야대를 타파하지 못했었다.
이어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의 임기 중 실시된 2차례의 중간선거의 결과는 더욱 극명하게 대비된다. 첫 임기이던 2002년 중간선거 당시 아들 부시 대통령은 9.11 테러사태를 수습하며 지지율 63%의 인기를 누리고 있었는데, 당시 공화당은 중간선거 결과 하원에서 8석, 상원에서 2석을 더 차지하며 양원을 단숨에 여대야소로 뒤집는 승리를 거뒀다. 하지만 두 번째 임기였던 2006년 때에는 그의 지지율이 38%로 급락한 상태였고, 이로 인해 공화당은 하원에서 32석, 상원에서 6석을 잃는 참패를 하며 다시 의회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만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도 첫 번째 임기이던 2010년 당시 지지율이 45%에 머물렀는데 그해 중간선거에서 하원 의석을 무려 63석이나 잃는 대참패를 당했고, 2018년 중간선거 당시 지지율이 41% 정도였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하원의 공화당 의석이 41개나 줄어드는 패배의 쓴맛을 봐야 했다.
이같은 전례로 볼 때, 8일 치러진 올해 중간선거에서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민주당도 대패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극심한 인플레 속에 국민들이 느끼는 경제 체감도가 극도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중간선거일 직전에 나온 로이터통신과 입소스 공동 여론조사에서 바이든 대통령의 지지도가 39%까지 떨어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선거 다음날까지 나타난 개표 결과는 야당의 ‘레드 웨이브’가 예상만큼 압도적으로 나타나지 않은 모양새다. 이날까지 상당수 초접전 지역구들의 당락이 확정적이지 않은 가운데, 공화당의 하원 다수당 탈환은 확실하지만 그 의석 격차는 생각보다 그리 크지 벌리지 못할 것 같다는 게 주요 언론들의 프로젝션이다.
연방 상원도 전국적 주목을 받았던 펜실베니아주가 결국 민주당 후보의 승리로 끝나면서 공화당의 상원 장악 시나리오도 그리 가능성이 높아 보이지 않게 됐다. 9일 낮 현재 아직 미확정인 네바다와 애리조나의 최종 결과가 박빙의 리드를 하고 있는 네바다의 공화, 애리조나의 민주에 돌아간다고 보면 상원 의석수는 민주 49, 공화 50이 돼, 결국 12월 결선투표로 갈 것으로 보이는 조지아주가 운명을 결정하게 될 전망이다. 조지아주에서 공화 후보가 결선에서 뒤집는 결과가 나오면 공화당이 51석으로 상원을 장악하게 되지만, 민주당이 결선에서 결국 승리하면 50대50이 돼 부통령의 캐스팅보트를 쥔 민주당이 상원 주도권을 그대로 유지하게 되는 것이다.
이번 선거에서 공화당의 압도적 승리가 전망됐던 배경에는 ‘문제는 경제야’라는 유명 슬로건처럼 작금의 초고물가 상황에 제대로 대처 못한 바이든 정부의 ‘경제 실정’ 심판론이 자리했었다. 그러나 하원을 내주게는 됐지만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 입장에서는 의외의 선전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결과로 보면, 이번 중간선거는 경제 문제 뿐 아니라 ‘낙태’ 문제가 거의 대등하게 선거를 관통한 이슈가 된 것으로 보인다. 연방 대법원의 ‘로 v. 웨이드’ 판례 폐기 결정으로 촉발된 ‘낙태권’의 위기가 전통적인 민주당 유권자들을 대거 투표 참여로 이끌어 낸 결과라고 분석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번 중간선거의 결과로 인해 어쨌든 바이든 정부의 정책은 공화당의 더 큰 견제를 받게 되겠지만, 그것이 현재 미국 경제가 처해 있는 위기 상황을 타파할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팬데믹 이전까지 저물가를 떠받쳐 온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돼 인플레가 세계 경제의 뉴노멀이 된 지금 공화당이 물가를 끌어내릴 뾰족한 정책 대안을 제시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가뜩이나 내년이 되면 세계 경제가 극심한 침체와 유례 없는 공황을 겪게될 수도 있다는 경고까지 나오는 상황이어서, 이번 중간선거 결과에 관계 없이 우려와 근심이 커지고 있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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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하 편집기획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