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형형색색 조형작품 영상 더해 화려하게 재탄생

2022-11-09 (수) 김진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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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욕 한인 중견 설치 예술가 황란

▶ 플로리다 베이커미술관 멀티미디어 초대전

형형색색 조형작품 영상 더해 화려하게 재탄생

영상이 어우러진 황란 작가의 설치작품이 전시중인 베이커 미술관 전시장. [황란 작가 제공]

▶ 조선시대 평민 결혼식 주제 신작 ‘족두리’ 설치작
▶ 패션재료 이용작품 ‘부처’ 등 미술관 5개 전시장 장식

뉴욕의 한인 중견 설치 예술가 황란(사진)은 단추, 구슬, 크리스탈, 핀, 실 등 패션 재료를 이용한 대형 벽면 설치작으로 잘 알려진 작가이다.
형형색색 조형작품 영상 더해 화려하게 재탄생

예술가 황란(사진)


수만 개의 단추들을 일일이 핀으로 고정시키고 크리스탈과 구슬 등을 장식해 벽면에 매화, 부처, 궁 등의 형상을 만들어내는 그의 조형작품은 영상과 만나면 더욱 화려한 빛을 발한다.

콜라주부터 시작해서 벽 설치, 패널, 플렉시, 영상, 조각 작업에 이르기까지 멀티미디어 설치예술가로 알려진 황란은 2012년 한국 작가로는 유일하게 첼시의 유명화랑인 레일라 헬러 갤러리 소속 작가가 돼 단추, 비즈, 핀으로 제작한 설치작과 영상, 불교 선사상 음악이 어우러진 특별한 신작들을 선보였고 뉴욕의 브루클린 미술관을 비롯 미주요 미술관들의 러브콜을 받아왔다.


어릴적부터 패션에 관심이 많았던 작가는 서른 중반 뉴욕으로 건너와 돈이 없어 휴학을 반복하며 일을 해야 했던 가난한 유학생 시절에 맨하탄 자수회사에서 일하던 중 재고품으로 먼지가 수북이 쌓인 박스안 단추들에 매료돼 단추 작품을 구상하게 됐다.

이어 2001년 911이 터지며 불교가정에 자란 작가는 상처, 치유, 종교에 깊은 성찰을 갖게 됐고 벽 위에 핀과 단추로 부처상을 비롯 힐링을 주는 명상적 분위기의 설치작을 만들기 시작했다.

미술도구를 살 돈이 없던 작가의 눈에 들어온 벽은 핀과 실, 단추로 맘껏 조형미술을 펼쳐 보일 수 있는 캔버스를 제공했다.
먹고 살기 힘든 시절, 그에게 지금의 명성을 가져다준 더없이 소중한 작품 도구를 선물해준 것이다.

지난해에는 전 세계 각 지사에 현지 작가의 작품을 설치하는 페이스북의 뉴욕 작가로 선정돼 페이스북 뉴욕본사 건물 벽에 핀과 각양각색의 실로 화려한 생물체인 봉황과 독수리 형상의 설치작을 영구 설치했다.

최근에는 플로리다주 베이커미술관에서 멀티미디어 설치물들을 보여주는 대규모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2021 마이애미 아트페어에 참여중 베이커 미술관 큐레이터의 제안을 받아 열게 된 이번 전시에는 지난 20여년간 미술관에서 선보였던 대표적인 작품들을 재현하고 조선시대 평민들의 결혼식을 주제로 한 신작 족두리 설치작을 완성했다.

몰입형 멀티미디어 설치물, ‘다시 시작하다’(Becoming Again, 2017)와 ‘물의 정원’(Garden of Water, 2010) 뿐만 아니라 단추를 이용한 부처, 매화 설치작, 샹들리에를 대표하는 그의 상징적인 작품들이 미술관 5개 전시장을 장식하고 있다.

그의 설치작들은 전시작 벽면과 바닥까지 비치는 영상과 음악이 합쳐지며 더욱 화려하고 멋진 작품들로 재탄생됐다.
황란 작가는 뉴저지 저지시티의 유명 현대미술 센터 ‘마나 컨템포러리’에 작업실을 두고 뉴욕과 서울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이어 오고 있다.

한인 미술인 지원 비영리 재단인 알재단의 제1회 현대미술공모전 금상 수상작가인 그는 후배작가들을 돕기 위해 올해부터 알재단의 ‘AKAA 컨설턴트 기금’을 지원하고 나섰다.
내년에는 알재단 아시아위크 행사 일환으로 단독 개인전을 가질 예정이다.

<김진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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