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날씨

2022-11-03 (목) 안세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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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저녁으로 기온이 많이 떨어지고 입김이 난다. 그러다가도 한낮에는 여름의 온기가 조금은 남아 있는 듯 뜨거운 햇살이 온 몸을 감싼다. 캘리포니아에 와서 제일 만족하는 것은 너무나도 아름다운 ‘날씨’이다. 특히 요즘같이 계절의 여왕이라는 ‘가을’을 만끽하기에는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가 나에게는 천국인 것도 같다.

그것도 그럴것이 나는 십여년 넘게 일본에서 생활을 했다. 일본은 삼면이 바다여서 전형적인 해양성 기후를 가지고 있다. 지형이 길어 지역마다 기온 차이가 크게 나기도 한다. 나는 학창시절을 도쿄와 교토에서 보내고, 직장생활을 도쿄에서 지냈다. 교토는 한국으로 치면 대구와 같은 지형이라 산으로 둘러싸인 여름에는 굉장히 무덥고 겨울에는 추위가 매섭다. 그러다 보니 여름이 되면 불쾌지수가 크게 올라가 생활이 힘들었고, 겨울 내내 낮과 밤 구별없이 추운 날씨에 몸을 움츠리기에 바빴다.

더군다나 내가 일본을 떠날 때 쯤에는 지구 온난화의 영향인듯 일년이 사계절이 아니라 마치 여름과 겨울의 오직 두 계절만이 존재하는듯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다 도쿄로 올라왔을 땐, 여름의 습기가 교토보다 훨씬 더 심해서 회사와 집만을 오가는 생활도 벅차 활동량이 굉장히 낮았었고, 남편은 피부병을 앓기도 했다. 에어컨디션을 세네달 정도는 계속 틀어놓아야만 생활을 할 수 있었고, 샤워도 하루에 두번 이상은 꼭 해야 했다. 도쿄에서의 겨울은 히터를 하루종일 틀어놓아야만 했다. 봄과 가을은 일년 중에 손가락으로 꼽을 정도로 느껴졌다. 그런 생활을 하다 캘리포니아에 이사를 오니 매일매일이 ‘와우!’ 감탄이 나올 정도였다. 관광객으로 처음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했던 날의 그 맑은 공기와 따스한 햇빛, 높고 높은 하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다.


요즘은 아이들이 학교를 마치고 드넓은 잔디밭에서 친구들과 맘껏 뛰어놀고, 파크에 가서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고 술래잡기를 한다. 주말에는 남편과 아침공기를 실컷 마시며 둘이서 등산을 하고 아이들과 파크에 매트를 넓게 펼쳐 점심을 먹기도 한다. 이 모든 것에 감사한 마음이지만, 기본적으로 이런 날씨가 주어졌다는 것에 매일매일 감사하는 요즘이다.

기상조건은 인간생활 환경의 가장 중요한 요소라 생각한다. 지구의 날씨 변화를 걱정하기에 앞서, 먼저 내가 살고 있는 캘리포니아의 아름다운 날씨를 우리 아이들도 누릴 수 있도록, 자손대대 마음껏 누릴 수 있도록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환경보호부터 실천해 나아가야겠다고 오늘도 다짐한다.

<안세라(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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