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복원된 백남준 프랙탈 거북
미디어아트의 거장 백남준의 ‘프랙탈 거북선(Fractal Turtle Ship)’이 원형으로 복원돼 지난 4일 일반에게 공개됐다. 대전시립미술관은 수장고의 개장에 맞춰 비치된 전시 작품들과 프랙탈 거북선을 위한 전시공간을 마련하였다.
수장고는 총 연면적 2654㎡ 규모로 시립미술관 입구 옆 지하 1층에 건립됐다. 열린수장고에는 대전시립미술관의 소장품 1357점 중 73점을 1차로 공개했고 주기적으로 작품을 교체할 예정이다.
프랙탈 거북선은 1993년 대전엑스포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만든 작품이다. TV 모니터와 못쓰는 라디오, 토스터기 등을 무질서하게 쌓아올린 작품이다. 하지만 엑스포가 끝난 뒤 재생조형관 지하에 7년 동안 방치되면서 망가졌다. 이런 상황이 대전일보 보도를 통해 알려지면서 대전시는 복원 작업에 들어갔다.
2001년 되살려낸 작품은 대전시립미술관 2층 로비로 옮겨졌지만 설치공간의 한계로 작품의 양쪽 날개와 프랙탈 거북선의 일부인 한산도 부분이 축소 변형된 채로 전시됐다. 이후 대전시와 미술관이 열린수장고 건립과 전용 전시실 조성 계획을 수립하면서 프랙탈 거북선의 원형복원이 구체화 되었다.
이 작품은 백남준의 미래 과학기술에 대한 선구자적 시선과 지구 환경에 대한 철학 등이 총망라된 그의 대표작 중 하나다. 당시 백남준은 “거북은 이순신의 하이테크 무기, 세계 최초의 장갑선, 생태학적인 특수 표본, 동양 특히 은(殷), 동이(東夷)적인 신탁적 요소를 지니고 있다”고 전했다.
전시장 한쪽 화면에는 복원 과정을 담은 영상을 보여준다. 또 백남준의 작품 활동을 촬영한 임영균의 작품 ‘백남준의 기억’ 시리즈도 함께 보여줘 관람객에게 설명을 돕고 있다.
대전시는 비용과 재생 가능성을 놓고 오래 망설인 끝에 복원을 결정했다. 복원 작업은 거북선을 직접 제작했던 엔지니어 이정성 아트마스타 대표가 맡았다. 이 대표는 백남준이 개념과 구상을 말하면 그대로 구현하는 방식으로 백남준 작품 대부분을 제작했던 인물이다.
협소한 공간 문제로 모니터의 개수를 조금씩 줄여 좌우의 날개와 높이가 줄어들었다. 특히 자연광은 모니터에 담은 거북선의 본래 이미지 구현을 어렵게 만들어 지하에 전시공간을 차지하게 된 것이다.
대전시립미술관이 전국 공립미술관 가운데 처음으로 열린 수장고를 지하 1층에 마련하면서 다시 태어난 것이다. 자연광이 제거돼 당초 원작의 완벽한 모습을 되찾았다.
복원 작업을 지휘한 이정성 대표는 “동물 보호 규정에 어긋나지 않는다면 작품 한쪽의 아크릴 어항에 거북을 넣었으면 좋겠다”며 “백남준 선생님도 어항에 거북을 넣어 기르기를 원했다”고 전했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열린 수장고 개장으로 백남준 탄생 90주년을 맞아 거북선을 시민들에게 온전히 돌려줄 수 있게 됐다”며 “과학기술과 예술을 융,복합한 백남준의 예술 작품이 한국 예술의 국제 경쟁력을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프랙탈 거북선의 복원 소식과 함께 공공미술관이 수장고를 개장하는 일은 드물기 때문에 신문 방송 잡지 등 대부분의 국내 언론 매체가 이 소식을 다루었다.
미술관의 숨겨진 공간에서 열린 공간으로 변신한 수장고가 관람객과 작품을 잇는 활발한 소통 창구가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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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숙 / 서양화가<게이더스버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