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am Gilliam: Full Circle / 워싱턴 DC, 허쉬혼 뮤지엄

➊ Sam Gilliam ➋ 230x460cm,acrylic on canvas,1977

➌ 60x60x4in.,acrylic and mixed media,2021 ➍ 60x60x4in.,acrylic and mixed media,2021 ➎ 36x36c4in.,acrylic and mixed media,2022 ➏ 60x60x4in.,acrylic and mixed media,2021

➐ 120x900in.,acrylic on canvas, 1969 드레이프 기법의 허쉬혼 소장품.
이 글은 지난 달 88세로 타계한 전후 미국 회화의 위대한 혁신가인 샘 길리암을 기리며 쓴다.
길리암은 1960년대 중반 워싱턴 D.C. 미술계에 등장하여 이곳에서 60년을 살았다. 그는 색면추상 화풍으로 추상표현주의 영역을 확장했다. 사회운동가이자 미국 재즈 음악 마니아로서 변해가는 사회에 회화 제작 방식의 가능성을 넓혔다.
그의 초창기 작업은 워싱턴 색조파들이 사용한 얼룩(staining) 기법이다. 당시 그는 다양한 방법으로 실험했다. 물감과 다른 재료들로 캔버스를 염색하거나 물감을 부어 젖은 면을 구겨서 선명한 색채와 깊이가 생기도록 시도를 했다. 캔버스를 액자에서 분리한 뒤 천정이나 벽에 커튼처럼 늘어뜨리는 작품을 선보였다.
그는 회화를 2차원인 평면에서 탈출시켜 3차원으로 확장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그의 회화는 마치 조각처럼 관람자가 보는 위치나 각도에 따라 다르게 보인다. 그의 이 ‘드레이프 페인팅(drape paintings)’은 미국 추상예술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리하여 ‘캔버스를 해방시킨 자’ 라는 수식어가 그에게 주어졌다.
이번 전시는 드레이프 페인팅과 같은 시기에 작업한 원형 캔버스 작품이다. 그는 캔버스에 아크릴로 작업한 뒤 특수 제작한 빗각 프레임에 당겨 고정시켰다. 빗각 프레임은 대략 15센티미터 깊이로 표면이 떠 있거나 벽으로부터 튀어나오게 보이면서 3차원적 관계를 만들었다. 급진적 실험을 했던 초창기에 그의 빗각 캔버스는 회화적인 방식으로 공간의 현상을 탐구한 것이었다.
그는 최신작에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이용해 변화를 일구어냈다. 그는 재료를 쌓는 과정에서 콜라주와 파편들 위에 얇은 천 조각들을 늘어뜨려 표면을 구성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빗각 캔버스 실험의 발전한 단계를 확인하게 된다. 작품들은 표면에 풍부한 질감으로 재료와 구성이 절묘하게 조합된 세계를 보여준다.
그는 추상화에 대한 자신의 접근 방식을 재즈 음악의 즉흥연주에 비유한다. 그는 재즈 색소폰 연주자 존 콜트레인에게서 그림 그리는 법을 배웠다며 “중요한 건 시간이다. 음악을 듣고 깨닫는 것, 소리에 대한 경험이 내 그림의 기준이 되었다.”고 말했다. 미시시피 주에서 태어나 켄터키 주에서 자란 그의 원동력은 음악이다.
그의 그림에는 블루스와 재즈 음악의 즉흥성이 담겼다. 색상부터 표현 기법까지 계획된 것이 없다. 순간의 느낌에 의지한다. 그의 작품은 거칠고 투박하며 때로는 섬세하기까지 하다. 물감을 두툼하게 덧바른 후 손가락이나 다른 도구를 이용해 표면을 긁어낸다. 밭을 가는 농부나 흙을 다지는 고고학자처럼.
길리엄은 1972년 베니스 비엔날레 미국관에 흑인 대표 작가로 선정되기도 했다.
오랜 공백기를 지냈고 뒤늦게 조명을 받으며 지경을 넓혀가던 중이었다. 이 전시는 2007년 이후 그의 홈타운인 워싱턴 DC에서 갖는 첫 개인전이다.
이번 전시는 결국 그의 유고전이 되었다. 허쉬혼 뮤지엄의 원형 복도에는 1977년 작 ‘Rail’을 포함하여 최신 작품 18점이 걸려있다. 17점의 원형 신작은 길리엄이 1960년대부터 발전시켜온 빗각 캔버스(beveled edge) 작업이다. 미술사에 의미있는 족적을 남기고 떠난 샘 길리엄의 명복을 빈다. 전시는 9월 11일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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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숙 / 서양화가<게이더스버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