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Janet Echelman ‘1.8’ / 스미소니언 렌윅 갤러리
설치 예술가 자넷 에힐만(1966-)은 물 흐르듯 움직이는 기념비적인 조형물로 도시 공간을 쇄신하고 있다. 그의 다채로운 섬유와 조명 설치는 인간과 물리적 세계의 복잡한 상호 연결을 조사하고 시간 측정에 대한 작가의 매력을 드러낸다.
렌윅 갤러리의 그랜드 살롱 천장에 매달린 작품은 2011년 일본의 지진과 쓰나미 이후 기록된 데이터에서 영감을 받아 당시 관측된 자연현상을 3D 형태로 재현한 것이다. 작품 제목 ‘1.8’은 이 지질학적 사건으로 지구의 자전속도가 1.8 마이크로초 빨라졌다는데서 착안한 것이다.
미국 출신 에힐만은 섬유를 이용해 유연하면서도 빛과 바람에 따라 일렁이는 듯한 가변적인 작품을 만든다. 그는 전통 공예와 첨단기술을 결합하여 거대한 초경량 예술작품을 밴쿠버, 베이징, 보스턴, 뉴욕, 홍콩 등에서 선보여왔다.
그는 인도에서 어부가 그물을 묶는 것을 보면서 무겁고 단단한 재료 없이 체적 형태를 만들어 조각에 대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취해야 한다는 영감을 받았다. 어부들과 협력하여 일련의 그물 조각품인 ‘Bellbottoms’ 시리즈를 만든 것이 시초다.
전시 작품은 몇 해 전 갤러리 리노베이션 후 재개관을 위해 특별 의뢰한 것이다. 렌윅 갤러리를 인터랙티브 아트 공간으로 변환하여 방문객에게 몰입형 체험을 제공한다는 의도였다.
이 작품은 작가의 1.8 시리즈 확장판이다. 천정에 매달린 100피트 길이의 조각 외에도 그 조각의 지형과 일치하는 패턴으로 4,000제곱피트의 직물 바닥도 디자인했다. 관람객들은 그 위에 누워서도 감상한다.
작가는 말한다. 도시 속에서 편안함을 느끼려면 인간에게 친화적인 환경이 조성되어야 한다고. 손으로 짠 그물 형태의 부풀어 오르는 조형물은 마천루와 나 사이에 생겨난 위화감을 해소한다고. 그의 작품이 조직적인 수공예로 물리적 공감대를 형성할 때 사회와의 소통을 얻게 된다는 의미다. 또한 이분법적 요소가 가득한 그의 작품은 기계 제작과 수공예 부분이 서로를 견제하는 형국이다.
앞으로도 새로운 방식으로 기술을 활용하여 대중의 공감대를 얻겠다는 그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협업이 필수다. 나는 전 세계 장인들에게 전통적 방식의 수공예를 배웠고 새로운 재료와 기술로 고대 기법을 재해석하여 예술적 영감을 작품으로 승화시키려 한다.”
빛, 바람, 물과 같은 대상을 시각화 시켜온 그는 미술을 통해 도시 건축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에힐만은 플로리다주 템파에서 태어났다. 그는 12년간 7개의 대학에서 6가지 전공을 익혔다. 환경학, 중국 풍경화와 서예, 상담심리학을 전공했고 순수미술로 석사를 했다. 이처럼 세계 여러 나라에서의 다양한 경험과 지식은 그녀의 예술영역을 확장시키는 탄탄한 자양분이다.
그의 작품은 건축과 미술, 인위적인 것과 자연적인 것, 일상과 예술의 경계 허물기를 가장 적절하게 드러낸다. 심도 있는 전문 학습과 다양한 전문가들과의 협업을 통해 자신만의 예술세계를 일군다. ‘그물‘을 재료로 작업하던 작가의 실험적 작품이 세계 곳곳에서 더욱 자유로운 형상으로 사람들과 교류하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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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정숙/ 서양화가 <게이더스버그, M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