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도정숙의 문화살롱

2022-10-26 (수) 11:34:27 도정숙 / 서양화가<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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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aurie Anderson ‘Wether’ 워싱턴 D.C. 허쉬혼 뮤지엄

도정숙의 문화살롱

Laurie Anderson

도정숙의 문화살롱

전시 타이틀.


도정숙의 문화살롱

도정숙의 문화살롱


허쉬혼 뮤지엄 디렉터 멜리사 치우의 전시평이다. “우리는 로리의 음악, 기술 실험 등 대부분의 아이디어에 놀라며 이번 전시는 그의 새로운 면모를 보여준다. 그것은 아이디어의 여행이자 예술 작품에 대한 여행이다.”
작가는 언론 시사회에서 “나는 항상 여러 쟝르로 작업한 아티스트다. 이번 전시는 미술관에 이야기를 담은 것으로 당신들은 나의 도전 과제를 의외의 결과물로 만날 수 있다.”고 전한다.

원통형의 독특한 건물인 허쉬혼 뮤지엄 2층 전관에 펼쳐진 그의 작품들을 보니 그는 분명 예술의 멀티플레이어다. 그의 매혹적인 나래이션으로 시작한 전시는 퍼포먼스, 영상, 조각, 회화 등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작품 ‘Four Talks’는 작가가 몇 주 동안 미술관 검은색 바닥과 벽에 지혜와 유머를 결합한 이미지, 단어, 문구를 채운 것이다. 그 안에 설치된 4개의 조각품과 어우러져 관람객은 마치 현장 벽화속에 들어선 것 같다.


오랫동안 클래식 바이올린을 배운 그는 자신이 직접 악기도 만들어 연주한다. 다양한 기능이 부착된 전자 바이올린을 여러 개를 선보인다.
한때 정치 사회적 이슈였던 사건을 조명한 사진과 동영상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11세에 관타나모 감옥의 최연소 억류자였던 사우디 목동 모하메드 엘 가라니. 그가 성인이 되어 8년 동안의 수감 생활을 들려주는 영상은 실제로 그가 전시장에 있는 착각이 들 정도다. 가라니의 기념비적인 조각에 투사된 비디오에서 섬뜩하고 거대한 존재감이 전해온다. 이 작품은 인신보호 영장이라는 뜻으로 ‘Habeas Corpus’라 명명했다.

현대 회화에 대해서는 작가가 그림에 대하여 뭐라 말할 수 없어서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한다는 역설적인 말을 한다. 전시된 8점의 대형 작품은 날씨에 관한 이미지를 함축한 듯한 분위기다. 보여지는대로 느끼는 것이다.
생경하게 느껴질만큼 특이한 것은 호주 기계 학습 연구소의 슈퍼컴퓨터에 입력된 성경 텍스트와 작가의 글이 혼합된 프로젝트다. 그곳에는 방대한 양의 버전이 수록되었다. ‘Scroll’이란 제목으로 전시된 성경 옆에 창세기 1:26-31과 요한계시록 22:13-20에 피력한 작가의 글은 의미가 깊다. 노아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생명을 찾기 위해 방주에서 내보낸 새에 대한 언급이다.

전시 제목 ‘날씨’는 원래 기후에 관한 것이었으나 사회적 문제가 포함되면서 처음 의도보다 많은 뜻이 포함되었다.
허쉬혼 큐레이터 마리나 이스그로는 말한다. “전시가 코비드 19로 인해 오랫동안 연기되어 전시 내용도 바뀌고 준비한 기간이 4년이나 된다. 이 자리는 작가의 무한한 창의적 스토리텔링 과정이 들어있다.”

작가가 제공한 아이디어 여행 속에서 건진 그의 삶에 대한 근원적인 의미가 성경에서 시작하여 성경으로 끝나는 것임을 눈치챘다. 이렇듯 삶의 혼돈을 바로잡기 위해 명령하는 이야기에 우리의 의존이 커질수록 그의 작업도 더욱 활력을 가지리라 기대한다.
허쉬혼에서 관측하는 로리 앤더슨의 ‘날씨’는 7월 말까지 예보된다.
덛붙여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이란 말은 미술 이야기를 전할 때마다 드는 명언이다.

그 어느 때보다 지친 이들에게 ‘문화의 여행’을 권하고 싶다. 나는 예술이 퍼뜨리는 생명력을 믿기 때문이다.

<도정숙 / 서양화가<게이더스버그, M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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