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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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며, 느끼며 - 1920년대를 산 메이 웡

2022-10-21 (금)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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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방조폐국이 미국 역사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여성들의 업적을 기리고자 이들을 25센트 동전에 새기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성별에 따른 차별을 금지하는 미국 수정헌법 제19조 발효 100주년을 기념해 2020년 연방의회가 통과시킨 법에 의한 것이다.

인권운동가이자 흑인여성 최초의 베스트 셀러작가 마야 안젤루, 미 최초 여성우주인이자 최초의 성소수자인 샐리 라이드, 그리고 이번에 아시안 여성 최초로 안나 메이 웡(Anna May Wong, 1905년~1961년)의 얼굴이 25센트 주화에 새겨져 유통된다고 한다.

지난 2015년 여름 뉴욕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전시된 ‘겨울 나라 중국’ 특별전(감독 왕가위) 한 코너는 완전 메이 웡의 세상이었다. 메이 웡이 출연했던 영화들이 계속 상영되고 있고 영화 출연시 입었던 옷들도 전시되었다. 황금용이 승천하는 디자인의 검정 롱 드레스는 압권이었다.


로스앤젤레스 차이나타운에서 세탁소를 하는 중국계 이민 3세로 태어난 메이 웡은 어린 시절은 가난하게 살았으나 부모의 사업이 잘되면서 백인 거주지역으로 옮겨갔다. 이곳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면서 연기에 흥미를 느꼈고 17세 때인 1922년 첫 주연을 맡았다.

1920년대 미국은 세계1차 대전이 끝난 후 풍요로움을 구가하며 흥청거리는 재즈시대이자 과학과 일반인과의 거리가 가까워지기 시작한 시대다. 1920년 정규 라디오 방송이 시작되고 자동토스터기, 회전식 탈수기 등의 가정용품이 주부들의 수고를 덜어주었다. 1920년 최초의 미스 아메리카도 선출되었다.

1922년에는 루이 암스트롱이 뉴올리언스의 무도장과 카바레에서의 연주를 끝내고 시카고행 열차를 탔다. 1926년에는 우주를 향한 첫 걸음으로 메사추세츠 주의 로버트 허칭스 고다드 박사가 세계 최초 액체 연료로 로케트를 만들었다.

또한 1920년대는 미국 작가 F. 스코트 피츠제럴드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명성을 얻었고 새로 등장한 대중매체인 영화계에 스타 그레타 가르보가 나타났다.

1차 대전의 여파 속에 두려움과 불신 분위기를 떨치고자 젊은 여성들은 단발머리에 가슴 모양을 낮춘 소년 같은 모습, 짙은 화장, 직선적인 스타일로 유행의 첨단을 걸었다. 이 시기의 패션사에 코코 샤넬과 안나 메이 웡이 빠져서는 안된다.

메이 웡은 ‘바그다드의 도둑’ (1924년, 라울 윌쉬 감독)에서 몽골 노예소녀역을 맡아 패션 아이콘으로 등장했다. 그런데 그녀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인해 촉발된 아시안 여성 인종차별을 이미 100년 전에 톡톡히 겪었다.

당시 동양인에의 편견으로 영화에서 정형화된 역할만 했었고 인종이 다른 배우들의 입맞춤 등 신체접촉을 금하는 미국의 법으로 인해 출연할 수 있는 영화가 제한되자 메이 웡은 유럽으로 건너갔다.


1928년 영화 ‘Song’ 과 ’피카델리‘, 젊은 로렌스 올리비에와 한 연극 ‘Circle of Chalk’에서 주인공으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자 미국 영화에 컴백, ’용의 딸‘, ’상하이 익스프레스’, ‘상하이의 딸’로 명성을 떨쳤다.

무성영화, 음향 영화, TV, 무대 및 라디오 등 다방면에 걸쳐 활동하던 그녀는 아시안에 대한 희화화, 정형화된 편견을 바꾸고자 싸워 왔으나 아깝게도 56세에 심장마비로 타계했다. 그러나 그녀의 문화적 성취로 아시아계 미국인을 보는 눈이 달라졌고 이후 양자경, 공리, 장쯔이의 입지에 발판이 되었다.

앞으로 또 어떤 최초, 최고의 여성들이 주화에 새겨질지 자못 궁금하다. 조폐국은 2025년까지 모두 20명의 여성을 25센트 주화에 등장시킬 계획이라 한다. 인종적 역경과 용기를 보여준 한인여성도 등장할 것을 기대한다.

코로나19 발생 후 미국내에서 아시아인을 겨냥한 차별과 혐오, 범죄가 끊어지지 않고 있다. 100년 전, 아시안 여성으로서 받은 차별 행위를 과감히 타개하고 할리웃 스타의 거리에 입성(1960년)한 메이 웡, 그녀의 선구자적 행동에 찬사를 보낸다.

<민병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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