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파식적] 대륙위원회
2022-10-20 (목)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
차이잉원 대만 총통은 정치권에 입문하기 전 양안(兩岸·중국과 대만) 문제에 정통한 관료였다. 법률 전문가인 그는 리덩후이 정권 때인 1998년 국가안전보장회의 자문위원과 국가통일위원회 연구위원에 선임돼 1999년 중국과 대만을 ‘특별한 국가 대 국가의 관계’로 규정한 양국론의 틀을 잡았다. 이어 천수이볜 정권이 들어선 2000년에는 우리의 통일부 격인 대륙위원회 주임(장관)에 발탁됐다. 당시 차이 주임은 일국양제(一國兩制·한 국가 두 체제) 반대론자였음에도 중국과의 소삼통(小三通)을 성사시키는 등 양안 간 교류 협력에 뚜렷한 성과를 보여줬다.
대륙위는 1991년 대만 행정원(내각) 직속으로 설립됐다. 장제스의 아들 장징궈가 사망한 뒤 후임 총통에 오른 리덩후이가 대만 정치의 민주화와 대륙과의 관계 개선 제도화를 추진하는 과정에 이뤄진 조치였다. 주임 1명과 외교·국방·재정·교육 분야의 위원들로 구성된 대륙위는 대(對)중국 정책의 연구, 중국 관련 정보 수집·분석, 양안 사이의 교류와 협력에 관한 법률의 처리, 홍콩 및 마카오 관련 업무 처리 등을 담당하고 있다. 대륙위의 중국 측 카운터파트는 1991년 설치된 중국 국무원 대만판공실이다.‘탈(脫)중국’을 표방한 차이잉원 정부 출범 이후 대륙위에 변화가 생겼다. 집권 1기 때인 2017년에는 95년간 존속하며 몽골족·티베트족 등 소수민족의 사무를 담당했던 몽장위원회(蒙藏委員會)가 대륙위에 흡수 통합됐다. 대만의 안보를 위협하는 각계의 언행에 대해서도 대륙위가 강하게 대응했다. 이달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언론 인터뷰에서 중국과의 ‘일국양제’를 언급하자 “대만은 어떠한 상업적 거래의 산물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대륙위가 16일 “완전한 통일을 반드시 실현할 것”이라며 대만에 대한 무력 사용 가능성을 거론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제20차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막식 발언을 직격했다. “대만의 민의와는 상반되는 낡은 논조”라며 “억지적인 정치적 틀을 포기하라”고 반박한 것이다. 분단국 대만의 대륙위가 안보에 우선 가치를 두는 것처럼 우리 통일부도 안보를 중심에 놓고 북한의 도발에 대처해야 한다.
<문성진 서울경제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