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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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생각 - 가뭄에 단비 같던 하루

2022-10-19 (수) 곽경숙/뉴욕 브롱스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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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스' 그룹 주최 ‘공경의 날’ 행사가 있다고 신문 기사에 났다. 올해 막 칠십이 된 나는 요즈음 참 즐겁지 않은 감회에 젖어 있었다. 인생 칠십 고래희에 들어섰는데 아무 것도 이루어 놓은 것은 없고 그냥 나이만 먹었다고 생각하니 자괴감이 들어 나 자신을 들볶고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나자신을 위로해 줄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누가 해주기를 기다리지 말고 시간이 허락하는 한 적극적으로 찾아가기로 맘먹은 이즈음이다. 마침 이 기사를 보고 칠십세 이상이라야 한다니 연령제한도 커트라인을 넘어선 셈이라 가서 등록을 했다.

드디어 10월 14일 플러싱 149가에 있는 상록회 건물 근방에 주차를 하고 아슬아슬하게 대기하고 있던 대절버스를 탈 수 있었다. 거기서 QR 코드로 본인 확인을 하고 파란 팔찌를 받았는데 같은 색 테이블에 앉아야 하고 나갈 때 반환하면서 귀가 선물과 교환된다는 설명이었다.


레너드 팔라조 연회장에 도착하니 먼저 도착한 분들이 착석해 있었고 모두 560명이 왔다고 들었다. 우리 테이블엔 남자 네 명 여자 네 명 그리고 주최측 안내원 한 명 하여 아홉명이었다.

테이블에 놓인 순서지를 보니 간결해서 좋았다. 장용진 회장의 환영인사, 직원의 회사 소개, 목사님의 축사, 점심만찬, 한국무용, 한국 트롯트 가수 신인선, 현숙의 노래, 그리고 기념품 증정 순서가 마지막이었다.

경상남도 함양 태생인 장회장의 인사말이 인상적이었다. 작년에 어머니가 타계하실 때까지 해마다 고향에서 향리 노인들을 모시고 효도잔치를 베풀어 드렸는데 이제 어머니가 안 계시니 여기 뉴욕에서 오랜 이민 생활로 지치고 외로운 노인들에게 단 하루라도 기쁨을 드리고 싶어 이 행사를 마련했다고 한다.

어머님 생전에 한시간이라도 두손을 꼭 잡고 대화를 더 나누지 못했던 것, 맛있는 음식을 더 대접하지 못한 것이 맘에 걸린다고 해서 공감을 자아내게 했다. 부페는 한식으로 나왔는데 정말 풍성하고 푸짐했다.

가수들이 부르는 노래 가사중에 우리는 늙어 가는 것이 아니라 더 높은 곳에 가기 위해 조금씩 익어 가는 것이란 귀절도 맘에 와 닿았다. 마지막에 ‘고향의 봄’ 을 다 같이 부르고 나올 때 선물을 받았다. 선물은 황금색 꽃비단 함속에 든 고운 수저 세트와 헤어드라이어 그리고 립스틱 두개, 헤어 프로덕트들, 염색약 등 각 가정에서 유용하게 쓸 회사제품 열두 가지가 든 상자 한 개였다.

돌아오는 대절버스에 앉아 있으니 뒤편의 여자분들이 하는 대화가 들려왔다. “오늘 이 행사 주최하신 분 복 받을거야” “부족함 없이 했어, 푸짐했어” “이런 행사가 종종 있었으면 좋겠어” “내년에 이 광고가 나오면 일착으로 가서 등록할거야” “오늘 안 왔으면 후회막급 할 뻔 했어”

나도 실로 오랫만에 머리와 가슴 속이 개운해 지는 것을 느꼈다. 아마 이런 것을 두고 요사이 쓰는 말로 힐링이 되었다고 하는 것 같다. 정말 우울의 가뭄 속에 기쁨의 단비를 만난 것 같은 하루였다.

<곽경숙/뉴욕 브롱스 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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