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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경락의 법률 칼럼 - 위태로운 동성애자의 권리

2022-10-12 (수)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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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널리 보도된 것처럼 미국 연방대법원은 지난 6월 24일, 1973년부터 여성의 보편적 낙태권을 보장해준 ‘로 대 웨이드’ 판례를 폐기함으로써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로’ 사건 당시 49년 전의 대법원은 임신 중절을 헌법이 임산부에게 보장하는 ‘사생활의 권리’(right to privacy)라고 보았다. 그러나 이번 ‘돕스 대 잭슨’(Dobbs v. Jackson Women’s Health Organization) 소송에서 법정의견문을 작성한 보수파 알리토 대법관에 의하면 헌법 어디에도 ‘사생활의 권리’라는 표현은 찾아볼 수 없다고 애써 외면했다.

아울러 낙태권은 미국의 “역사와 전통에 깊이 뿌리박은” 권리도 아니기 때문에 그것을 헌법적 권리로 인정한 ‘로’ 결정은 잘못이라고 지적하고, 낙태 결정권은 각 주에서 선출된 대표에게 있다고 판시했다.


낙태권 제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2017년 ‘닐 고서치’에 이어 2018년 ‘브렛 캐버너’, 2020년 ‘에이미 코니 배럿’을 대법관으로 각각 임명, 연방대법원이 6 대 3의 보수파 구도로 완성되었을 때 예견된 일이었다고 과거의 본 칼럼에서 적시한 바 있다.

낙태 사태를 지켜본 법률가들은 어렵잖게 보수파의 다음 행선지로 동성애자들의 권리를 지목했다. 그 이유는 동성 간 성행위에 대해 정부가 간섭하지 못하도록 한 ‘로렌스 대 텍사스’(Lawrence v. Texas) 사건이나 동성결혼에 대한 법적 권리를 인정해준 ‘오버게펠 대 호지스’(Obergefell v. Hodges) 사건 역시 낙태권과 마찬가지로 ‘사생활 권리’에 기반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번 판결문의 잉크가 채 마르기도 전에 벌써 동성애 관련 소송 뉴스가 연일 들려온다.

대법원은 우선 ‘303 크리에이티브 LLC 대 엘리니스’(303 Creative LLC v. Elenis) 사건을 심리할 예정이다. 이 사건은 웹디자인 업체인 ‘303 크리에이티브’의 웹디자이너가 자신은 기독교 신자이기 때문에 동성 커플들의 결혼식 홈페이지를 제작해줄 수 없다고 거부한 것이 문제가 됐다. 콜로라도주의 차별금지법을 어겼다는 것이지만, 동성애자들이 패소할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지배적 분위기다.

대법원에서 심리할 또 다른 유사 사건은 뉴욕시 소재 유대교 대학인 예시바 대학(Yeshiva University)이 LGBT(성 소수자, lesbian, gay, bisexual, transgender) 동아리를 인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문제이다.

LGBT 학생 운동가와 지지자들이 학교 측에서 성 소수자 동아리를 인정하지 않아 차별을 받았다며 뉴욕시 인권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한 이 사건에서 대학 측은 자신들은 유대교 전통에 기반을 둔 ‘종교법인’이기 때문에 차별금지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뉴욕주 사법부는 “학생들이 예시바에 다니는 목적이 교육을 받기 위한 것이지, 종교적 숭배나 종교가 핵심이 되는 다른 활동들을 위해 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예시바 대학은 종교법인이라기보다 ‘사학법인’이고, 따라서 뉴욕시 인권법의 적용을 받는다고 밝혔다.

예시바 측이 “동아리 활동을 인정하라는 뉴욕주 사법부의 판단을 보류해달라”고 항소기간 중 연방대법원에 신청했고 연방대법원은 이를 승인한 상태다. 이 사건 역시 연방대법원까지 올라갈 것이 거의 확실시되지만 올라가더라도 성 소수자들의 승소 가능성은 희박해보인다.

올해 낙태 판결 이후 미국은, 민주당과 여성단체 등의 낙태를 옹호하는 파와 공화당과 종교단체 등의 낙태를 반대하는 파가 더욱 첨예하게 대립하는 양상이다. 이에 따라 각 주도 마치 민주, 공화당 우세 주로 갈리는 선거 때처럼 낙태 찬성 주와 낙태 반대 주로 양분되었다.

낙태권에 이어 동성애자의 권리도 축소될 게 뻔한 가운데 이런 일련의 보수파 행보들이 미국 중간선거(11.8)와 이후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그 결과가 자못 궁금하다.

<손경락/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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