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몬트레이 베이의 한류

2022-10-10 (월) 정혜선(몬트레이 국방외국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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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트레이의 바닷물은 여름에도 차가운 한류다. 그래서 수영을 하기는 어렵지만 여름마다 한류가 돌면서 엄청나게 풍부한 영양분을 공급해 세계에서 가장 많은 해양동물들이 모여든다고 한다. 지상에는 바다를 흐르는 한류처럼 영양가 있는 한국문화가 몰고 오는 인기라는 한류도 있다.

2011년 9월 초, 아시아 미술 애호가 클럽(Asian Art Society of Monterey Bay)의 카멜 밸리(Carmel Valley) 강당에서 김현정 큐레이터의 의뢰로 내가 소개한 샌프란시스코 아시아 박물관의 조선시대 분청사기 전시회는 클럽 사상 최초의 한국 프로그램이어서 많은 회원들이 진지한 관심을 보였다. 이후, 회원이 되어 다양한 한국 프로그램들을 소개했는데, 2013년 9월 10일, 오레곤 문화예술단의 공연은 100여명 관객들을 매료시켰고 역대 최다 관객수를 기록하였다. 지승희 단장의 살풀이 독무를 포함, 화관무, 교방무, 장구춤, 부채춤, 12발 상모 돌리기 등 보기 힘든 전통춤들을 화려한 의상으로 다채롭게 선보여 어떤 관객은 1년 후에도 내게 “공연을 보면서 천국에 있는 것 같았다”고 거듭 말하곤 했다. 2014년 한글날에는 복식사가 김민지 박사가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사진과 함께 한복을 흥미롭게 설명하고 우리 학교 남녀 교수들이 평상복과 전통 혼례복을 입은 시연까지 곁들여 역대 최고의 프로그램이었다는 극찬을 받았다. 한복 시연을 본 후 관객들은 “여자 모델이 몇 겹의 옷을 입어도 자연스럽고 보기 좋았다”거나 “The modeling session was out-of-this world”라면서 감탄했다.

세계적인 한류 열풍은 2016년과 2017년에 몬트레이 시내에서 열린 “세계 언어의 수도 축제(Language Capital of the World)”에서 실감났다. 2016년에는 “한류 민화 전도사”, 최용순 작가의 화려하고 대담한 호랑이 그림이 전시부스에서 방문객들의 시선을 끌었고 K-드라마와 BTS를 포함한 K-Pop 스타들의 포스터와 음반들로 장식된 추첨 경품부스에는 그룹 빅뱅의 음반을 받으려고 방문객들이 추첨권을 들고 몰렸다. 부스를 지나가던 중국인 아줌마들은 배우 송중기의 모습이 담긴 “태양의 후예” 포스터 앞에서 소녀들처럼 환호성을 지르기도 했다. 2017년에 드디어 한류의 매력 덩어리, K-Pop 댄스를 UC산타크루즈 대학의 K-Pop 댄스그룹 파페레카가 대형무대에서 선보이자 젊은 관객들이 넋을 잃고 보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몬트레이 베이의 한류여, 끊기지 말기를!

<정혜선(몬트레이 국방외국어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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