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계절

2022-10-06 (목) 권순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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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마다 뒤뜰 과수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에 걸쳐 다양한 빛깔과 각기 특별한 향연을 선사한다. 과일나무를 키우며 한해 한해 보내다 보면 뚜렷한 사계절에 감사하게 된다. 모든 식물들이 계절에 맞춰 열매를 맺고 성장해 우리에게 수확의 기쁨과 행복을 주기 때문이다. 가뭄과 폭우를 견디며, 바람의 소리 듣고, 꽃을 피우고 지며 그렇게 자연의 은혜를 맛보며 수고를 다하는 삶은 정직하고 아름답기만 하다.

찬 바람 부는 겨울, 앙상한 나뭇가지 위에 이미 새 생명을 탄생시킬 싹이 움튼다. 봄이면 백옥처럼 하얗게 피어난 체리 꽃은 뒤뜰의 열매 꽃 중 으뜸이다. 여러 개의 꽃대가 모여 있어 탐스러운 원형으로 꽃을 피우면 마치 티끌 하나 없는 아기의 함박웃음처럼 환한 자태와 파란 하늘 위에 뭉게구름처럼 맑고 눈이 부신 뒤뜰의 여왕 꽃, 은은한 향기로 봄을 노래하는 듯하다. 작은 열매에 비하면 꽃은 유난히 크고 선명하다. 따가운 봄볕에 쫓기듯 거의 한꺼번에 만개를 하고 유난히 짧은 여정을 마치고 살랑거리는 봄바람을 타고 흩날린다.

뒤이어 과일나무마다 경쟁하듯 이파리들이 돋아 나와 풍성하고 푸르름으로 물들고, 그중 단감 나무의 어린잎이 돋아 나올 땐 신비의 색으로 눈을 자극한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연두색에 청순함이 더해 어느 과일나무의 이파리보다 예쁜 자태를 뽐낸다. 단감은 뜨거운 여름이 지나고 늦가을에 수확을 하는데, 가장 무난하게 크고 벌레가 먹지 않으며 5개월 정도 시원한 그늘에서 저장이 가능하다. 그리고 나뭇가지가 부러지도록 너무 많이 달린다. 그 덕에 온 동네 사람들에게 즐거운 마음으로 나눌 수가 있어 너무 좋다.


과일 나무들 중 대추나무는 가장 작은 꽃을 피우지만 그에 비해 열매는 튼실한 왕 대추가 주렁주렁 달리고 햇볕에 가장 강한 나무에 속한다. 뜨거운 햇살이 아무리 강해도 열매와 이파리가 마르거나 윤기가 없어지지 않고 그대로다. 수확을 가장 늦게 하는 건 겨울에 레몬과 감귤이다. 이렇듯 뒤뜰에서도 자연 섭리에 섬세한 연결 고리들로 이루어진 오묘함에 감탄하고 감사를 하는 마음이 더욱 커진다.

뒤뜰에도 꽃 벌과 벌새가 찾아와 꽃가루 매개 역할을 하기에 탐스럽고 풍성한 가을을 누릴 수 있는 것이다. 자연에 귀 기울이고 작지만 자연 환경 파괴를 줄이는 노력을 하려 애쓰고 있다.

<권순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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