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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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생각 - 혼란스런 두마음

2022-10-05 (수) 레베카 김/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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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가의 연주를 보고 듣고 따라 부르면서 우울한 마음 무거운 생각들 하늘로 날려보낸다. 그 노래의 주인공이 되어 살아가는 법 배우며, 어지러운 혼 다 빼내고 가벼운 몸으로 돌아온다.

오페라가수가 유명배우 못지않은 연기와 노래로 무대를 꽉 채울 때, 알앤비(R&B) 음악의 영성이 감성을 더하여 딱딱한 내 가슴을 두드릴 때 막혔던 숨이 한 올씩 풀려나온다.

음악에서 묻어나는 투명한 소리가 길거리에 쓰러져있는 자를 일으켜 세우고, 온힘을 다하여 작곡가의 이야기를 끌어내는 열정이 사위일체의 풍성함과 웅장함을 만들어 희망을 갖게 한다. 그러나 이 음악이 명성과 욕심으로 둔갑하여 휘둘러질 때 그 소리는 악마의 소리 우상이 되어 맹종으로 따르는 자를 시궁창에 빠지게 한다. 어느 피아니스트가 이야기하길 마음에 악한 생각을 하면 연주를 할 수 없다고…


세계 삼대 테너- 루치아노 파바로티, 호세 카레라스, 플라시도 도밍고의 음악, 내 손에 들려있는 쟁쟁한 음반의 하나다. 루치아노 파바로티는 할일 다 마치고 떠났고, 호세 카레라스, 개인적인 활동에 대해 별로 아는게 없다.

하지만 플라시도 도밍고는 많은 오페라 연주회에서 접할 기회가 있었다. 그의 막힘없는 노래를 듣노라면 나는 보이지 않고, 그의 노래와 이야기만이 들려져 새로운 세상에서 한참을 마실 갔다 돌아오는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다. 존경과 찬사, 그를 닮아 노래를 잘 부르고 싶었던 간절함,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그런데 일이 터졌다. 2019년 20여명의 여성들이 그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면서 뉴욕메트로폴리탄 오페라를 떠났고, 캘리포니아 LA 오페라 음악감독 자리까지 내려놓게 된다.

미국에서 이러한 곤란한 상황에도 그는 계속 유럽 중동지역 순회공연을 했고, 이번 해 말까지 일본 스페인 멕시코 터키 연주가 계획되어있다 한다. 지난 2022년 8월에는 부산 영화의 전당 야외무대에서 ‘플라시도 도밍고 라이브인 부산 2022’ 공연이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실황을 보게 되었는데 81세의 그는 여전했고, 김호중은 얼마나 그를 존경하고, 그를 본받아 노래부르고 싶었는지, 그의 평생소원이었다고, 이러한 날이 왔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엄청 설레며 긴장된다고 그는 고백했다.

플라시도 도밍고, 내안에 흔적으로 남아 나의 지나온 날들을 기억하게 한다. 그런데 혼란스럽다. 계속 들어야하는지, 아니면 그냥 접어서 더 이상 듣지 않고 부르지 않고 잊어야 하는지… 유독 두마음이 혼란스럽다.

귀한 것을 잊어버린 공허한 마음에 르네 플레밍이 ‘디 토테 스타드(Die tote Stadt:Gluck, das mir verblieb)’ 를 절절히 부르며 무대를 장식한다. 칼럼 스캇(Calum Scott), ‘유아더 리즌(You are the reason)’하며 다가온다.

<레베카 김/뉴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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