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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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성이 하늘인진데

2022-09-12 (월) 이동원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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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저 3,800여년전 47세 단군재위 중 14세 단군 고불(古弗) 재위 6년(BCE 1716)에 나라에 큰 가뭄이 들어 임금께서 하늘에 기우제를 지내셨다.

“하늘이 비록 위대하나 곡식이 없으면 어찌하오리 백성이 하늘처럼 여기는 것은 곡식이요 하늘이 마음으로 삼는 바는 사람이라 하늘과 사람(天人)이 한 몸 일진대 하늘이 어찌 백성을 버리오니까 어서 비를 내려 곡식이 잘 자라도록 하여 저희 백성을 제때에 구조하여 주옵소서”(단군세기)

우리는 곡식이 익지 않는 것을 기(饑), 채소가 익지 않는 것을 근(饉)이라고 하여 기근 또는 기황(饑荒)이라고 한다. 이와 같은 이민위천(以民爲天) 사상은 몇 천년을 이어 내려와 최제우, 녹두장군 전봉준, 손화중, 김개남의 동학 핵심 사상인 인내천(人乃天)으로 이어지고 있다.


내 가슴 속에서 가끔 천불이 일어난다. 기아로 인해 수없이 많은 어린아이들이 아사하기 때문이다. 자연재해, 각종 질병, 흑백 논리의 이념적 대립의 종교분쟁, 그리고 어긋난 정치가 아사의 주된 원인이있다. 특히 증오의 종교와 손잡은 강대국들의 경제 제재로 13년간 이라크는 5살 미만의 어린이 약 50만명이 굶어죽었고, 세계에서 유일하게 70년이 넘은 제재로 북한은 2018년 한 해 동안 6만 여명의 살아있는 예수, 살아있는 보살이 수수깡처럼 말라 죽었다는 통계도 있다.

이와 같이 경제 제재로 굶어죽는 같은 시각에 강대국들의 아이들은 소파에 배를 깔고 셀폰을 보면서 엄마들의 채근에 짜증을 부린다.

“얘 너 뭘 먹을래 소시지? 햄? 계란 새무치? 시리얼? 뭘 마실래 아몬드우유? 사과주스? 오렌지주스?”

끼니때마다 부모들은 아이들의 취사선택에 진땀을 뺀다. 하루에 3만여명(2020년 통계)이 아사한다는데 미국에서만 단 하루가 지난 빵, 육류와 생선, 과일 등 1년에 버리는 음식이 186조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는 못 먹어서 평균 수명이 40세 정도인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이 5년 동안 북 치고 장구 치며 배불리 먹을 수 있는 음식이라고 한다.

2021년 현재 한국의 묵은쌀 재고량은 130만톤으로 창고 보관비만 일년에 4,600억원에 이르며 예멘, 시리아, 케냐, 에티오피아, 우간다, 라오스 등에 5만톤을 지원하면서 UN과 미국의 경제제재로 북한에 단 한톨도 주지 못하는 대한민국은 미국의 단거리서방으로 전락한지 오래다.

UN과 세계은행은 굶어죽는 어린 아이들에게는 ‘파란 눈을 가진 악마’임에 틀림이 없다. 이제는 측은지심도 찾아볼 수 없는 예수나 부처가 인간사에 보탬이 되고 기쁨을 내려줄 일은 없다. 왜냐하면 전지전능과 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능력을 돈이 대신하기 때문이다.

<이동원 / 메릴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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