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70년 재위 영국의 정신적 지주…통합·안정 이끌어

2022-09-09 (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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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사 격동의 산증인… 한 시대가 저물다

▶ 25세 즉위 후 총리만 15명…대중적 존경·인기 누려
영연방 통합·안정 이끌어

70년 재위 영국의 정신적 지주…통합·안정 이끌어

가족과 함께 국민 사열하는 엘리자베스 여왕. 엘리자베스 여왕이 즉위 70주년을 맞아 2022년 6월 2일 버킹험궁 베란다에서 가족과 함께 국민들의 인사를 받고 있다. 왼쪽부터 카밀라 콘월 공작부인, 찰스 왕세자, 엘레자베스 여왕, 루이스 왕자, 케이트 미들턴 왕세손비, 샬럿 공주, 조지 왕자, 윌리엄 왕자.[로이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영국의 상징, 영국인의 정신적 지주이자 영국을 넘어 세계인의 사랑을 받은 현대사의 주요 인물이다.

영국 최장기이자 세계 역사에서 두번째로 긴 기간인 70년간 재위하면서 뜨거운 대중적 인기를 누리고 독보적 영향력을 발휘했다.

1926년 4월21일 태어난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은 1952년 2월 6일 25세 나이에 왕위에 올랐다. 아버지인 조지 6세의 갑작스러운 서거로 예상보다 빨리 왕관의 무게를 짊어지게 됐다. 여왕의 재위 기간은 70년 214일로 고조모인 빅토리아 여왕(63년 216일)을 훌쩍 넘어 영국 역사상 가장 길다. 세계적으로도 루이 14세 프랑스 국왕(72년 110일) 다음으로 두번째다.


영국 여왕은 영국뿐 아니라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까지 15개국의 군주이자 53개국이 참여한 영연방(Commonwealth)의 수장이고 신앙의 수호자이자 잉글랜드 국교회의 최고 통치자다. 윈스턴 처칠부터 리즈 트러스까지 영국 총리 15명을 거치며 2차 세계대전 이후 격동기에 영국민을 통합하고 안정시키는 역할을 했다. 대부분 영국인에게 여왕은 태어났을 때부터 늘 변함 없이 존재하는 바위같은 존재로, 영국 그 자체를 상징하는 인물이었다.

이뿐 아니라 올해 6월 즉위 70주년 기념 플래티넘 주빌리가 전국에서 성대하게 치러질 정도로 사랑을 받았다. 군주제에 반대하는 이들도 이날만큼은 한 마음이었다. ‘군림하되 통치하지 않는’ 영국 군주의 역할을 균형있게 해내고 개인보다는 공적 역할을 앞세우고 근면성실한 모습이 오랫동안 국민 지지를 받은 주요 동력이다.

여왕은 일찌감치 선언한 대로 건강이 불편한 상황에서도 끝까지 군주로서 책무를 다하며 불과 이틀전인 6일까지도 신임 총리 임명 행사를 치렀다.

여왕은 영국의 최강 소프트파워이면서 영연방을 넘어 세계 현대사에 큰 획을 그은 지도자이다.

여왕은 2차 세계대전을 거치며 미국의 부상과 식민지의 독립으로 대영제국의 위상이 무너지는 위기에서 영연방을 유지하는 데 중심 역할을 해 영국의 영향력을 지켰다.

여왕은 1953년 대관식을 치른 뒤 바로 6개월간 영연방 순방에 나서 결속을 다졌다. 호주, 뉴질랜드는 영국 왕으로서 첫 방문이었고 인도도 50년 만에 찾았다.

영국은 인구 6,700만명의 섬나라지만 영연방은 약 25억명으로 세계 인구의 30%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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