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아이들

2022-09-08 (목) 권순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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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속 동물들은 먹을 것이 없어 배가 고프면 서로를 먹잇감으로 생각하고, 인간들은 무엇이 모자라거나 더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눈독을 들이다가 목표물로 정하고 전쟁을 일으켜 남의 나라를 빼앗으려 든다. 남의 나라에 마음 내키는 대로 쳐들어가 쑥대밭을 만들어 놓고도 일말의 양심없이 더욱 고개를 쳐들고 큰소리를 텅텅 치는 거대한 나라가 있지만, 어느 나라도 이 거만하고 야만적인 행위를 멈추게 할 수 없다는 것이 참 슬픈 일이다.

전쟁 때문에 나라 전체가 이정표를 찾지 못해 길을 헤매고 있지만, 그들 중 발달 장애를 가진 천진난만한 아이들과 어른들이 방치되고 있다. 그동안 가족들의 따스한 보살핌 속에서 살아 왔지만 지금은 전쟁의 피해자로 장애인 보호 시설에서 집단으로 살아가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다. 1급 발달장애를 가진 아이들과 어른들은 환경이 바뀐 것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고 온종일 엄마를 부르며 애타게 부르짖을 뿐, 지금 세상 위에는 어른들끼리 전쟁을 하고 있는 중이라는 건 상상조차 못하고 있다.

애처로워 가슴이 멍해졌다. 그들은 아무 죄도 없다. 세상이 책임져야 하지만 세상이 그들을 외면하고 전쟁에 올인 하고 있다. 그런 그들을 남겨두고 떠나야 하는 부모들의 가슴은 부서질듯 아팠겠지만 어쩔 수 없는 전시상황! 그들은 사지를 제대로 쓸 수 없어 걷지도 서지도 잘 못하는데, 어느 아이들은 누워서만 살아간다. 보기만 해도 안타까운 그들의 삶에 마음이 몹시 아팠다. 그들 중 전쟁으로 엄마 아빠를 잃은 아이도 분명 있으리라. 부모들은 몸이 성하지 않은 그들을 어쩔 수 없어 두고 피난길에 올랐을 것이다. 부모들은 전쟁이 하루 빨리 끝나 그들과 다시 재회를 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이들이 잠시만 헤어져 있길 바란다.

그들은 하루 24시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의 손과 발이 되고 그들의 마음이 돼 돌봐줘야 그들이 숨을 쉬며 살아갈 수 있다. 그들을 통해서도 엄마의 위대함을 다시 실감한다. 사리판단이나 분별력이 분명 하지도 않은 그들도 이 세상에 엄마보다 자신들을 더 잘 돌봐주는 사람은 없다고 생각을 하는 듯 온종일 그들을 두고 떠난 엄마를 부르며 끊임없이 찾고 있었다. 그들에게는 이 세상 위에 엄마가 전부이자 사랑 그 자체이다. 지금도 엄마를 애타게 찾고 있을 그들을 생각하면 눈물이 핑 돈다. 언젠가는 전쟁이 종식되고 그들과 엄마가 다시 재회를 하고 불안정한 삶에서 해방이 돼 행복한 삶을 다시 찾길 기원한다.

<권순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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