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 자랑
2022-09-01 (목)
최숙자 / 비엔나, VA
일주일에 세 번 모이는 Aqua 클래스의 학생들이 대부분 은퇴한 여자들이라 서로 안부를 물어보고, 가족의 얘기를 하곤 한다. 오랜만에 만난 한 분에게 안부를 물었더니, 같이 모시고 사는 시어머니가 침대에서 떨어져서 병간호를 하느라 그동안 참석을 못했다고 했다.
그런데 자기가 결혼한 지 30년이 넘었는데도 시어머니는 자기를 아직도 며느리로 인정을 안 한다고, 웃으면서 얘기를 했다. 우리 반에서 제일 멋쟁이이고 이름을 꼭 기억하고 인사를 잘 하는 그 분을 며느리로 인정을 안 한다는 것에 이해가 안 되어 다시 물어보니, 이유를 몇 가지 들려준다.
“내가 영국 사람이고, 너무 자유주의이고, 자녀를 원치 않아서”라면서, “시어머니의 마음에 안 드는 이유가 몇 개가 더 있는데” 하면서 농담을 했다.
내 주위에 며느리를 사랑하는 한국 시어머니는 비교적 많지 않지만, 서양인들도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재미있어서 사우나에서 만난 다른 백인 여자에게 물어보았다.
그 분의 시어머니도 자기를 별로 안 좋아했고, 본인도 자기 며느리가 별로 마음에 안 든다고, 당연한 듯 얘기를 한다. 그 이유인 즉, 자기의 아들이 너무 귀하고 중요해서 그 아들에 비해 며느리의 자격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나에게도 하나뿐인 아들이 세상에서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우리 며느리는 너무나 감사한 하나님이 주신 귀한 보물이다. 아들의 결혼식 날 처음으로 만난 며느리의 친구가, “며느리가 아이들을 참으로 좋아한다”고 암시를 주었는데, 며느리는 그 말 대로 3년 안에 귀여운 아들과 딸을 낳아서 우리를 기쁘게 해 주었다.
<최숙자 / 비엔나, V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