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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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상 환자들

2022-09-01 (목) 서윤석 / 은퇴 의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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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트로이트 웨인주립대학병원 응급실, 트라우마팀이었던 우리는
환자의 피비린내 나는 젖은 옷을 가위로 썰어 벗기고 흉곽을 열고
총상으로 뚫린 빈 심장을 마사지했지만 박동은 돌아오지 않았네
초여름 어두운 밤, 방아쇠를 당긴 눈이 잘 안보이는 은퇴한 흑인목사
호신용 총으로 자신의 아들을 도적으로 잘못 알고 쏘았다네
쓰러진 자식을 부둥켜안고 울다가 그도 심근경색으로 실려왔지
무기의 소유가 기본권리인 나라, 총이 범인을 막고, 독재를 막고
자유민주주의를 지켜왔다는 이 땅에서 아버지가 아들을 쏘았다네
실수로 가족끼리 친구끼리 서로, 학교에서 놀이터에서 쇼핑몰에서
정신병자들이 망상과 망령으로 무더기로 살생을 되풀이 하는 나라
오십 년 전에도 어제도 오늘도 우리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네
우리 시민들의 인내가 얼마나 남았을까? 이론을 넘어서 생각하세
당나귀, 코끼리 의원님들, 목이 긴 사슴님들, 오십 개 별 깃발아래
또 쌓이는 추모의 꽃다발 마르기 전에 소중한 민주법전을 보강하세

<서윤석 / 은퇴 의사,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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