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을 보기 위해서는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지 말고 손가락이 가리키는 달을 보라’는 뜻의 이 유명한 말은 정작 보아야 할 것은 보지 않고 본질에서 벗어난 것을 볼 때 사용하는 말로서, 見指忘月(견지망월), 즉 ‘손가락을 보느라 정작 달은 보지 못한다’라고도 쓰인다.
이 말은 불교의 경전인 능엄경(楞嚴經)의 다음과 같은 글귀에서 유래한 것으로 전해진다: ‘누가 손으로 달을 가리켜 다른 이에게 보인다면 (如人以手指月示人/여인이수지월시인), 그 사람은 손가락을 따라 당연히 달을 보아야 한다 (彼人因指當應看月/피인인지당응간월).
만약 그가 손가락을 보고 그것이 달의 본체라고 여긴다면 (若復觀指以爲月體/약부관지이위월체), 그 사람은 어찌 둥근 달만 잃어버리겠는가(此人豈唯亡失月輪/차인기유망실월륜), 손가락 역시 잃어버리고 마는 것이다 (亦亡其指/역망기지)’.
견월망지는 원래 불도를 닦는 사람이 불경에 쓰여있는 글자에만 집착하면 불경이 의미하는 부처의 참모습을 제대로 볼 수 없다는 경구(警句)로서, 대학(大學) 7장의 ‘마음이 없으면 보아도 보지 못하고 들어도 듣지 못한다’는 말과도 비슷한 의미이다.
‘잎사귀 하나로 눈을 가린다’라는 일엽장목(一葉障目)이란 말도 역시 부분만 보고 본질을 놓친다는 의미이며 ‘무릇 귀와 눈은 듣고 보는 것을 주관하나 나무 잎사귀 하나가 눈을 가리면 태산이 보이지 않고, 콩 두 알이 귀를 막으면 우렛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라는 말에서 나왔다.
견월망지라는 말에 해당하는 경우는 우리 주위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사람을 만나고 사귈 때 그 진실한 속내보다는 겉에 보이는 모습이나 재산, 지위만을 보는 일, 시험을 앞둔 대학생이 교수가 강의에서 강조한 핵심 내용은 파악하지 못하고 시험에 안 나오는 지엽적인 것만 공부하는 일, 본인은 실력도 부족하고 원하지 않는데 부모가 자녀에게 명문대학에 가야한다고 강요하는 일을 들 수 있다.
또 성경 통독과 필사를 통해 믿음을 키우고자 할 때 성경의 구절과 이야기 속에 담긴 깊은 뜻을 묵상하기보다는 성경을 소설 읽듯 읽거나, 공부나 분석의 대상으로 보거나, 또는 아무 생각 없이 글자만을 옮겨 적는 일, 교회에 어떻게 저런 사람이 다니냐며 남을 판단하고 그런 교회라면 안 다니는 것이 낫겠다고 하는 일도 있다.
위선적인 정치가가 자신이 저지른 불의한 사건이 터졌을 때 법망을 피하거나 잘못을 가리기 위하여 사건의 핵심이 아닌 지엽적인 것 또는 별 상관이 없는 것을 내세워 교묘하게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게 유도하는 일, 청문회에서 대상자의 인품과 그 분야의 전문적 식견과 비전, 업무 수행 역량이나 성과 대신 직책과 관계없는 일이나 아주 오래전의 실수를 끄집어내 흠을 잡고 망신을 주려 하는 당파적 모습 등이 있다.
또한 자기 잘못을 엉뚱한 사람에게 덮어 씌우려는 일도 있는데 이는 달을 가리켜야 할 손가락으로 아예 남의 눈을 찌르는 것과 다름없다.
견월망지의 교훈은 진실을 흐리게 하는 말과 행동을 잘 구별할 수 있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는 것이지만 가짜 뉴스와 거짓 선동이 넘치는 요즘 세상에선 쉬운 일이 아니다. 달을 보려면 아무 생각없이 보지 말고 달의 본체를 똑바로 바라보라는 뜻에서 견월망지를 시월견월(視月見月)이라고 바꿀 수는 없을까 생각해 본다. gosasungah@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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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규용 / 메릴랜드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