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고갯길

2022-08-29 (월)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크게 작게
하늘이 낮게 내리는 깊은 산속 
검은 구름  그림자  
늙은 소나무 사이로 스며들 때 
구슬프게 뻐꾸기가 울었다 

성묘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두 번째 가파른 언덕길 아래 들려오는 
어머니 목소리 뒤돌아 본다 
아기울음으로 되돌아 오는 소리 
어린 시절 슬픈  기억으로 
두려움 속에 눈을 감았다  

다리가 흔들거리는 삼촌과 함께 걷던 
어둠의 길 가파른 언덕에는
붉은 꽃이 피어 있었고 
그날 어머님 무덤에 떨어진 꽃잎처럼 
저녁놀 붉은 빛은 내 가슴속에 
슬픔으로 물들었다 
눈물에 섞어 마신 술 
비틀거리는 삼촌의 걸음 
어둠의 언덕으로 향하던 다리 
갑자기 옆에서 울부짖는 여우소리 
깜짝 놀라 절벽으로 구르던 다리 


피투성이가 되어버린 두 다리 
지게꾼 등에 매달려 가쁜 숨을 몰아 쉬던 
삼촌의 마지막 모습이 
머릿속에 붉은 피로 물들어  
나는 보았다 하늘의 뜻을 
여우가 울부짖는 아기 울음소리 

어둠이 내리는 저녁이 되어 
다시 찾아 온 고갯길 
붉은 꽃잎 얼굴에 부딪히고  
절벽 구석에는 삼촌의 두 다리가 
아기 울음 속에 매달려 있다 

<이중길 / 포토맥 문학회 VA>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