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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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함께 부르는 노래

2022-08-29 (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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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분쯤 추도 연설을 하던 오바마는 이례적으로 12초 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더니 갑자기 혼자 ‘Amazing Grace’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런데 웬일인가. ’Amazing Grace’의 첫 부분 가사 세 단어를 부르기도 전에 사람들이 모두 일어나 노래를 따라 부르는 것이 아닌가. 사람들은 추도예배에서 처음으로 웃고 있었다. 오바마의 노래는(감정적으로, 심리적으로, 기독교의 표현을 빌리면 영적으로)훨씬 더 큰 효과를 냈으며, 말로 감정을 표현할 수 없을 때 부르는 합창의 노래가 신비한 힘을 가진다는 것을 보여줬다. 행사 후에 오바마는 측근에게 말했다. ”내가 노래를 시작하면 사람들이 따라할 것 같았습니다.”
(존 콜라핀토의 ‘Voice’중에서)

늑대는 최고 포식자다. 먹이를 사냥할 때 타협이나 관용의 틈을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을 향해서는 늑대는 한없이 친절하고 사랑스럽다. 늑대만큼 가족 사랑으로 충만한 동물은 없다. 늑대는 사람 다음으로 사회성과 협력심이 발달했다. 이런 늑대를 길들여 동맹을 맺은 호모 사피엔스(Sapiens)의 지혜는 놀랍다.


늑대무리의 탁월한 사회성과 협력은 떼를 지어 함께 부르는 울부짖음에서 시작된다. 호숫가 언덕에서 우수(憂愁)에 가득 찬 늑대 한 마리의 낮은 울음소리가 바람을 타고 흩어진다. 곧이어 건너편 숲속에서 응답하는 울부짖음이 조금 높은 톤으로 울려나온다. 이어 근처의 골짜기에 있는 모든 늑대가 제각기 다른 톤으로 울부짖는다. 적막했던 숲 생태계는 이제 장엄한 합창단이며 오케스트라다.

늑대의 울음소리는 21가지로 나뉜다. 21가지의 톤이 화음을 이룬 숲속의 합창이 얼마나 장엄한지 상상해 보라. 늑대 몇 마리만 울부짖어도 숲 전체가 늑대무리로 가득 찬 것처럼 보인다. 늑대 무리는 함께 울부짖음으로 상호 신뢰와 소속감을 차근차근 쌓아올린다.

‘미국 대학농구의 명문 듀크(Duke)대학교의 응원가는 간단하다. “우-와-후, 우-와-후, 빅토리 듀크대학/ 우-와-후, 우-와-후, 빅토리 듀크대학.” 학생들은 두 손을 높이 들고 쉬지 않고 구호를 외친다. 실상 그들은 경기의 승부보다 학교 공동체가 하나로 뭉치는 것에 더 관심이 있다. 구호를 외치면 외칠수록 대학은 초유기체가 되어간다.

바벨탑 사건이후 사방으로 흩어졌던 인류가 다시 결합된 사건이 오순절 성령강림 사건이다. 오순절의 기적은 기도의 합창과 다양한 방언의 동시 발설로 일어났다. 다함께 부르면 결합한다. 거룩한 초유기체가 된다. <김창만/ 목사, AG 뉴욕신학대학(원)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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