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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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꽃

2022-08-28 (일) 황휘섭 /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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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분은 내게 말씀하셨다.

너는 연못의 연을 보아라.
뿌리에서 가는 줄기 구불 구불 풀어
수면에 가냘프게 띄우는 잎 너는 보았니?

솜 가시 두른
속 비운 외 줄기
홀잎 물고 공중에 곧게 쏟아
잎은 줄기에 줄기는 잎에 기대어
둥글 빙글 너울대는 것 너는 보았니?


이슬 모아 먼지 씻어내고
쏟아지는 비 쓰다듬어 발끝에 흘리며
햇빛에 초록 더해가는 정결함 너는 보이니?

뿌리에서 싹튼 작은 연 한송이 머리에 이고
위로 위로 초록 하늘에 닿으면
조심 조심 봉우리를 키우는 것 너는 보이니?

분홍 꽃봉우리 뜸 들여 속을 열 때
노랑 씨방 이미 꽃속에 가득 하고
이틀도 다 못 채운 꽃잎은 시들 틈도 없이 떨어져가도
끝까지 버티는 씨주머니 너는 보이니?

수면에 떠 있던 잎은 물에 녹아내리고
공중에 솟았던 잎과 줄기 노랗게 되고
흑진주 품은 씨방 마른 벌집같이 가벼워지는 걸 보면
무슨 생각이 드니 너는…?

흙탕물 뿌리에서
잎도 줄기도 꽃도 아닌
씨만 남기고 늦 가을 물밑으로 잦아드는
연을 보며 어떤 생각을 하니 너는…?

<황휘섭 / V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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