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종교인칼럼] “내가 벌써 팔십이로구나…”

2022-08-25 (목) 김태훈 목사 (새누리 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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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나의 아버지 팔 순 잔치로 인하여 텍사스에 다녀왔다. 아버지 친구 목사님 몇 분들과 아버지 다니시는 교회 담임 목사님과 교회 성도님 몇 분들, 그리고 형제들과 친척 분들과 그 외 지인분들 포함해서 약 사십여명이 생일 잔치에 초청을 받아서 왔다. 잔치의 첫번째 순서는 예배를 드리는 것이었는데 내가 장남이자 목사이다 보니 자연스레 예배 사회를 맡게 되었다. 그런데 예배 마지막 특별 순서 부분에서 아버지께 드리는 짧은 감사의 말이 있었는데 내 동생들 모두가 수줍음들이 많다 핑계를 대며 하기 어렵다고 해서 그 마저도 내가 하게 되었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길지 않고 짧게 감사의 말을 미리 준비를 했고 차례가 되어서 감사의 말을 시작했다. 그런데 말 중간에 갑자기 눈물이 나오기 시작했고 원본에도 없었던 “아버님 사랑합니다!”가 불쑥(?) 튀어 나왔다. 내 자신도 당황이 될 정도로 갑자기 흘러나온 눈물이요 사랑의 고백이었다. 따지고 보니 내가 어른이 되어서 아버지 앞에서 처음 흘린 눈물이요 고백이었다...

갑자기 왜 눈물이 났는지 생각해 보니 그것은 바로 슬픔의 눈물이요 또한 감사의 눈물이었다. 슬픔의 눈물을 먼저 말하자면… 생일 잔치를 시작하기 바로 몇 분전에 아버지가 내 손을 꼭 붙들며 하는 말씀이, “내가 벌써 팔십이로구나…”라고 하셨다. 다른 말씀은 하지 않고 단 한마디 하신 것이었다. 그런데 예배를 준비하는 내내 그 말이 내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그 말 한마디에 아버지의 모든 인생이 담겨 있음이 느껴졌고 무엇보다도 세월이 빠르게 흘렀음에 대한 진한 아쉬움이 담긴 말 한마디라 생각이 들면서 이미 나의 마음 한 복판에 슬픔의 눈물이 고이기 시작한 것 같다. 그런데다가 2년전에 평생 같이 살아온 아내가 먼저 세상을 떠나서 팔 순 잔치에 함께 하지 못하기에 매우 적적해 하시고 안타까워 하시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안쓰러워 보였기에 나도 모르게 마음 한복판에 고여있었던 슬픔의 눈물이 터져나온 것 같다. 그리고 갑자기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랐는데… 어릴적에 내가 늘 호기심이 많아서 보통 아이들보다 정말 유별나게 질문을 자주 했는데 그때마다 아버지가 자상하게 그리고 알아듣기 쉽게 대답을 잘 해주셨다. 그런데 이제 어느 덧 세월이 흘러 아버지 얼굴에 주름이 가득하고, 머리도 희어지고, 몸도 야위어진 모습이 너무 처량해 보여서 나도 모르게 터져나온 슬픔의 눈물이었다…

이렇듯 나도 모르게 걷잡을 수 없이 터져나온 슬픔의 눈물 가운데 또한 감사의 눈물도 섞여 있었다! 나를 포함해서 사 남매인데 모두가 시집 장가를 가서 아이들도 낳고, 행복한 가정을 이루었다. 그리고 이제 다 함께 모여서 아버지를 위해 팔 순 잔치를 베풀게 되어서 나온 감사의 눈물이었다! 나로서는 더더욱 감사의 눈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고 생각이 드는 이유가 바로 믿음의 가정에서 태어나게 되어서 예수 믿게 되고 또한 아버지가 목회자의 본을 보여 주어서 나 또한 그 길을 가게 된 것에 누구보다도 아버지가 기뻐하셨기에… 실제로 내가 오랜 시간 신앙의 방황을 했고 결국 먼길을 돌아서 드디어 목사 안수 받게 된 날에 아버지가 하나님과 성도님들 앞에서 하신 말씀, “내가 평생 목회를 한 목사로서 실패한 줄 알았는데 제 큰 아들이 이제 목사가 되는 것을 보니 실패가 아니라 성공한 목사가 된 것 같아서 매우 기쁩니다”이 생각이 나서 더더욱 감사의 눈물이 났던 것 같다.

그리고 끝으로 아버지가 다니시는 교회 담임 목사가 권면의 말씀을 해주었는데 말씀 중에 아버지가 팔십세 고령임에도 불구하고 매주 토요일에 가난한 이웃을 돕는 사회 활동에 참여하고 또한 주일 예배때에도 젊은 분들과 함께 성가대원으로 섬기는 모습이 너무 귀감이 된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 말씀이 너무나 감동이 되어서 절로 흘러 나온 감사의 눈물이었다. 그렇다! 비록 아버지가 “내가 벌써 팔십이로구나…” 하셨지만 그것에 마음을 두지 않고 오늘 하루를 하나님 사랑하는 것과 이웃을 사랑하는 것에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모습… 참으로 팔십세의 나이를 초월해서 천국에 소망을 두고 살아가는 아버지의 모습이 너무 자랑스러워서 나도 모르게 흘러 나온 감사의 눈물이었다!

<김태훈 목사 (새누리 선교교회 담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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