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불황의 늪

2022-08-25 (목) 권순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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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우리의 눈앞에는 먹구름과 겹겹의 늪이 보일 뿐, 속시원하게 해결할 능력을 가진 사람이나 그 무엇도 없는 것 같다. 끊임없이 오르기만 하는 물가 때문에 사람들의 숨이 헉헉 차오르다가 막힐 정도다. 지금의 난세가 거대한 미국을 뒤덮고 모든 것을 흔들어 일깨우며 정신 차리라고 경고하는 듯하다. 날이 갈수록 공존이 불가능할 것 같은 불안함이 드는 이유는 사회 전체의 미세한 분열이 조금씩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하이웨이를 달리던 트럭 차량 내에서 운반하던 다이아몬드가 눈 깜짝할 사이 통째로 사라지고, 하루가 멀다하고 대도시 비즈니스 빌딩의 유리창이 산산조각 나고, 주차 차량의 유리가 매일같이 박살이 나고 있는 이 무시무시한 상황에 불안과 공포가 밀려온다.

찌들게 가난하게 살다가 미국으로 건너와 피땀 흘려 노력했거나, 황금알을 낳는 비즈니스로 일군 이민자 중에 부를 과시하다가 더러 불행한 일을 당하는 경우가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한층 더 사회 분위기가 험악해진 것 같다. 특히 팬데믹 이후 아시아계를 타깃으로 한 증오범죄가 늘어나 안타깝기 그지없다. 같은 유색인종마저 동양인들을 향해 폭력을 가하는 세태가 어처구니없다. 사람의 목숨까지 앗아가는 묻지마 폭력범죄에 별 대책이 없다는 것이 더 무섭다. 아시아계를 대상으로 하는 증오범죄는 전국적으로 급증하고 있지만 실제로 체포돼 재판에 가서 유죄를 받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지난해 뉴욕에서 총 233명 용의자가 아시안 증오범죄 혐의로 기소됐는데 실제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된 것은 7건, 단 3%에 그쳤다.


또한 지금 곳곳에서 부자들의 치열한 범죄 방어 작전이 펼쳐지고 패닉 룸까지 만들어 목숨을 지켜야 되겠다는 세상이 되다 보니 가난하게 살고 있는 것이 오히려 축복이라 생각할 정도이다. 부자들이 위험한 순간을 맞았을 때 안전하게 신변을 지켜줄 은신처를 만들어 주는 비즈니스가 인기라는데, 이런 세상에 흠칫 놀랄 뿐이다. 살다 보니 별의별 변화를 다 보고 산다.

인간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들과 뇌와의 전쟁을 하며 살아야 하는 존재 같다. 아! 미국다웠던 옛날이여~ 다시 오라는 탄식이 입에서 절로 나온다. 세상이 점점 혼탁해지고 있다는 것이 이제 현실적으로 아주 가깝게 실감된다.

<권순연(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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