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오늘 하루 이 창 열지 않음닫기

인사이드 - 과유불급과 트럼프 자택 급습

2022-08-24 (수) 여주영 고문
크게 작게
사자성어에 과유불급(過猶不及)은 과한 것은 오히려 부족함만 못하다는 의미이다. 이는 중용(中庸)의 중요함을 강조하기 위해 쓰는 말이다. 논어에 나오는 공자의 제자 자장은 늘 적극적이고 능력이 출중했다.

하지만 과시욕이 심해 언제나 교만했다. 반대로 제자 자하는 겸손하고 반듯하긴 한데 성격이 자잘한 게 문제였다.
어느 날 한 제자가 공자에게 자장과 자하 중 누가 더 낫냐고 물었다. 공자는 자장은 장점이 많으나 지나친 면이 있고, 자하는 기준에는 못 미치나 두 사람 다 비슷하다고 답했다. 자장 의 입장에서는 속이 상할만한 답이었을 것이다.

또 과유불급에 반대되는 뜻으로 많을수록 좋다는 다다익선(多多益善)이란 말도 있다. 이는 선의일 경우 많으면 많을수록 좋은 것이 아닐까. 그러나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과하게 먹으면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 때문에 ‘지나친 것은 부족함과 같은 것’이라는 평범한 말 속에서 중용의 지혜를 찾아야겠다.


지금 미국은 정치권이 매우 시끄럽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자택이 압수수색을 당하면서 벌어진 일이다. FBI가 2주전 ‘백악관 기밀문서 불법 반출’ 혐의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없는 자택에 들이닥쳤다. 당시 트럼프는 뉴욕에 있었다니 기습을 당한 셈이다. 이 사건으로 민주 공화 양 당은 극심한 대립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인들이 가장 좋아하고 싫어하는 단어가 페어(fair)와 언페어(unfair)라고 한다. 그래서 자주 듣는 단어가 ‘It's not fair’ 이다. 예를 들어 미국인들이 진주만 공습에 열을 올리는 이유는 당시 일본이 아무런 선전포고 없이 기습공격을 했기 때문이다.

당국은 트럼프가 대통령 기록물들을 백악관에서 사저로 가져갔을 것이라는 의심을 하고 있다. 이번 압수수색 결과 트럼프의 사저에서 국가 기밀문서가 입수되었다고 한다. 당국은 현재 법무부가 조사중인 의사당 폭력 사건을 입증할 증거가 필요했을 것이다.

트럼프는 관련 기관에 충분히 협조했는데도 사전 예고 없이 급습한 행위는 부적절하다고 반발했다. 공화당은 어느 전직 대통령에게도 이런 일은 없었다고 논평했다. 재당선 가능성이 있는 트럼프의 차기 대선 출마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수사라는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는 민주당의 생존전략일까?

AP통신에 따르면 경찰당국이 트럼프의 자료 반출 행위 자체를 범죄로 보는 것인지, 아니면 이를 지렛대로 공화당 관계자들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으려고 하는지 등은 아직 판단하기 어렵다고 한다.

민주당 정권은 지난해 1월 6일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워싱턴 D.C. 의회 의사당에 대거 들어간 사건을 ‘폭동’으로 정의했다. 현재 민주당 입장에서는 사실상 이를 중간선거의 핵심 이슈로 삼아 궁지에서 빠져나와야 할 상황인지도 모른다.

일반 시민에게 진짜 중요한 이슈는 인플레이션이나 경제난 같은 것이다. 그런 것들이 떠오를 경우 바이든 행정부는 난처하기 짝이 없는 입장이다. 의회 난입 청문회가 계속 열리면서 트럼프의 허물을 끊임없이 강조해야 중간선거에 작은 불씨라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민주당은 과유불급의 교훈을 잊으면 안 될 것 같다. 쥐도 코너에 몰리게 되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지난 2년간 민주당 정권이 보여온 무능함을 비판하는 미국인들이 다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민주당은 이번 자택 기습으로 오히려 상대 진영을 결집시키게 만든 것은 아닐까. 실제로 이 사태를 공화지지층 54%가 무책임하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됐다. 만약 중간선거에서 공화당이 압승을 거둔다면 그 결과는 민주당이 과유불급의 교훈을 무시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도를 넘으면 화를 불러일으킬 뿐이다. 심판의 날이 다가오고 있다.

<여주영 고문>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