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일보

[여성의창] “할 수 있어, 너는!”

2022-08-19 (금) 김미라(버클리문학협회 회원)
작게 크게
“왜, 몰랐을까?” 정말 안되는 줄 알았다.

엊그제 나는 왼손에 깁스를 했다. 강아지와 놀다 뒤로 넘어져 왼쪽 손목뼈에 금이 가고 말았다. “에구머니나 어쩌나!” 아픔을 느낄 겨를도 없이 거실 바닥에 덩그러니 나뒹글어져 일어설 수 없는 비참함에 ‘울컥’ 눈물이 났다.

“목이 부러졌나봐?” 손목엔 어느새 주먹만한 혹이 나더니 손목 전체가 퉁퉁 부어 올랐다. ‘욱신욱신’ 심한 통증이 나는 게 덜컥 겁이 났다. 어떻게든 일어서 보려 했지만 쉽지 않았다. 몸을 이리 굴려보고 저리 굴려보다 결국에는 ‘엉금엉금’ 기어 겨우 거실 소파에 올라 앉았다. ‘휴우~’ 긴 한숨이 나더니 주르륵 눈물이 흘렀다.


요즈음 나의 몸 왼쪽은 오른쪽 몫까지 해야 하는 소중한 존재이다. 6년 전 나는 두번의 뇌출혈 수술 후유증으로 인해 오른쪽 팔다리 마비 “반신불수”가 되었다. 처음엔 대소변도 가릴 수 없었고 휠체어에 겨우 앉아 생활해야 했다. 어쩔 수 없이 마비된 오른쪽을 대신해 어설픈 왼쪽으로 일상생활을 해야만 했다. 처음에는 많이 어설펐지만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요즘에는 모든 일상을 아쉽지 않게 살고 있다. 반신불수라는 처지에도 왜 그런지 난 크게 슬프지는 않았다. 왠지 “잠시, 아주 잠시” 아프고 금방 벌떡 일어설것 같았다. “내가 왜?!’’

어디서 생긴 믿음인지 나는 병마와 싸우는 용감한 용사가 되어 씩씩하게 홀로 서고 걸어보고 걷고 또 걸었다. 때론 “벌러덩” 온 몸이 땅바닥에 나뒹글기도 했지만 크게 다치지 않으면 별반 개의치 않았다. 지팡이에 의지해 걷고 걸으며 요가며 수영, 일주일에 두번씩 침도 맞고 손과 발의 재활을 위해 물리치료도 열심히 했다.

“난, 할 수 있다!” 불행 중 다행으로 나의 이 확고한 믿음의 자신감은 재활에 큰 힘이 되었다.

난 항상 미소를 잃지 않았고 오히려 아픈 나를 안타까워하는 가족들에게 내 자서전에 “용감한 엄마!, 장한 막내딸!”이라고 쓸 수 있는 이야기거리가 있어 어쩌면 “축복!”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매일 아침이면 나는 남편이 좋아하는 헤이즐넛 커피를 내리고 직장에 다니는 작은아들의 점심 도시락을 싼다. 어설프나마 온전한 왼쪽 손 덕분이다. 이제는 거의 모든 일상을 아쉬움 없이 왼손으로 한다.

그러던 내가 왼손마저 쓸 수 없음은 “일상의 마비!” 그야말로 진퇴양난, 당황스럽고 어찌할 바를 몰랐다. 어제는 손목 엑스레이를 찍으러 병원에 가려고 세면을 해야 했다. 문제는 양치질이었다. 아직까지 양치질이나 젓가락 사용 같이 섬세한 일들은 오른쪽으로 하지 못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오른손으로 해보는 수밖에, 심기일전 오른손으로 양치질을 한다. 아래위 좌우로 오른손이 제법 만족스럽게 양치질을 한다. ‘아니, 할 수 없다’고 치부했던 오른손이 뜻밖에 실력으로 날 감동시켰다. 너무 놀랐고 미안했고 감사했다. “왜, 몰랐을까?”

내 오른손에 무한찬사를 보낸다. 아, 8월의 축복이다.

“할 수 있어, 너는!”

<김미라(버클리문학협회 회원)>

카테고리 최신기사

많이 본 기사